6월 22일 MBC게임 KPGA 팀리그 우승에 이어 7월 13일 서지훈의 올림푸스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우승, 그리고 지난 19일 강민의 스타우트배 MBC게임 스타리그 우승.
최근 양대 스타리그인 온게임넷과 MBC게임 스타리그를 GO팀(감독 조규남)이 거의 독식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GO팀을 ‘공포의 외인구단’이라 부르기도 한다. 다른 팀들이 기업의 후원을 받으며 편하게(?) 운영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GO팀은 후원사 하나없이 자신들만의 힘으로 팀을 꾸려나가면서도 최근 벌어진 스타리그 무대를 휩쓴 때문이다.
사실 GO팀은 ‘공포의 외인구단’과 유사한 점이 많다. 일단은 조규남 감독이 사재를 털어 팀을 어렵게 운영해온 데다 김동준·최인규·박태민·임성춘 등 이미 스타리그 무대에서 알려진 선수들이 많이 소속돼 있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프로게임단이 줄어들면서 한때 소속팀을 잃고 방황을 해야만 했던 선수들이다.
또 서지훈과 강민 등 개인전에서 우승한 선수들을 비롯해 조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는 이재민 등은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지 얼마 안되는 신예들이다.
이들은 후원기업이 없다보니 연봉도 받지 못한 채 선수생활을 해왔다. 감독이 사재를 털어 팀을 운영하다보니 연습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연습에만 몰두할 수 있다는 자체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이들은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그동안의 설움을 털어버리기라도 하듯이 팀리그 우승과 양대 개인리그 우승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올렸다.
그렇지만 이들은 전혀 재능이 없었다거나 다른 팀의 선수들에 비해 실력이 뒤떨어지는 선수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GO팀 소속 선수들 가운데는 이전부터 다른 팀에서 탐을 내온 선수가 많았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저그 유저인 이재훈이다. 이 선수는 그동안 큰 대회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팀리그 우승에 가장 많은 공헌을 한 프로게이머다. 감독의 기대에 부응해 팀의 승률을 올려주는 든든한 저그유저로서 팀내에서도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그런 만큼 감독의 신임도 두텁다.
또 서지훈은 지난 대회에서 임요환을 3대 0이라는 스코어로 제치고 결승에 올라 홍진호와 드라마 같은 승부를 연출하며 우승컵을 거머쥐면서 임요환·이윤열과 더불어 ‘3대 테란’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최근 MBC게임 스타우트배 대회에서 우승한 강민은 가장 의미있는 기록을 남겼다. 바로 첫 본선 진출의 기회를 그대로 우승으로 이어간 첫 사례인 데다 그동안 약세를 보이면서 암울한 종족이 돼버렸던 프로토스를 10개월여 만에 다시 최고의 종족으로 올려놓은 것이다.
팀의 주장이자 맏형인 임성춘은 공백기간이 길어 이번에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점차 예전 기량을 되찾아가고 있으며 랜덤 유저인 최인규도 부상에서 벗어나 다시 연습에 돌입하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
이같은 노장과 신예의 조화는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 든든한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더구나 최근 들어서는 GO팀의 후원사가 되겠다는 기업들이 속속 나서고 있어 조만간 후원사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GO팀 선수들이나 조 감독은 후원사가 생기더라도 ‘GO’라는 팀이름은 끝까지 지키며 ‘공포의 외인구단’으로서의 명성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출처 :
http://www.etnews.co.kr/news/detail.html?id=200307250077
(사족 : 거참 .. 지난번에는 최지수라고 하더니만..)
[인터뷰]-GO팀 조규남 감독
―그동안 스폰서도 없이 팀을 꾸려왔는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안정적인 스폰서가 없었기 때문에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힘들었고 지금도 힘들다. 연습실 운영과 선수들 식대 등을 모두 혼자 감당해야 했다. 특히 프로리그가 늘어나면서 선수들의 활동이 많아져 이들을 뒷바라지하기에 바빠 다른 일은 엄두도 못냈다. 팀을 꾸려가자면 선수를 보강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더구나 GO팀 선수 모두를 관리해주는 에이전시 개념으로 팀을 운영해왔기 때문에 선수들을 가꿔줘야 하는 부담도 있었다.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팀을 꾸려온 이유가 있다면.
▲일단 선수들에게 정이 깊이 들었고 같이 고생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나 혼자 고생한 것이 아니고 선수들도 함께 고생했다. 나는 감독으로서, 아니 어른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해왔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게임과 관련한 일에 매력을 느껴온 때문이기도 하다. 다른 팀 감독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GO팀 선수들은 모두 다른 팀에 가도 에이스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서로 긍지를 잃지 않고 함께 해준 데 대해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동안 발전을 위해 한 걸음 움츠릴 뿐이라는 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는데 모두 이런 의도대로 잘 참아준 것도 고마울 뿐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일단 목표를 달성했으니 스폰서를 잡아 선수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일에 매진하고 싶다. 특히 모든 선수가 어떤 이유로든 게임을 접더라도 보람있는 생활을 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줄 생각이다. 또 게임리그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게임계를 대표하는 기획사를 만들어 게임과 연계한 다양한 행사나 이벤트를 기획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볼 계획이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http://www.etnews.co.kr/news/detail.html?id=2003072500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