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3/07/19 06:37:27 |
Name |
felmarion |
Subject |
[응원문] 갈림길에 서 있을 그를 생각하며.. |
세상 사람들에게 묻노니,
정이란 무엇이길래
삶과 죽음을 함께 하도록 하는가?
천지의 남북을 짝지어 나는 새들아,
너희들은 몇번의 여름과 겨울을 함께 보내었더냐?
사랑의 기쁨과 이별이 고통,
그 사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한 여인이 있으니,
그대는 마땅히 무슨 말이 있어야 하리.
아득한 만리에 구름만 자욱하고,
온산에 저녁 눈 내릴 때, 그 홀로 누구를 찾아가야 좋은가를!
원호문(元好問)의 詞 "조기매피당(調寄邁陂塘)"
어느날 부쩍 커버린 그의 모습과 함께.. 제 마음속에서는 그를 향한 마음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자리매김..그러한 감정은 저에게는 전혀 낯선, 그래서 어쩔줄 모르는 당황함 그자체였습니다.
어떤 특별한 선수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던 저였기에, 한 선수의 경기 모습에 자꾸만 시선을 돌리게 되고 그 경기의 승패에 따라서 희노애락(喜怒哀樂)의 극심한 감정의 변화를 느끼게 될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그를 멀리하려 하였습니다.
마음 졸여가며 그의 플레이를 바라보다가는 제 가슴이 터져버린체 쓰러질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묻노니 정이란 무엇이길래 생사를 갸늠하느뇨.."
그렇습니다.
그가 무엇이길래 저의 마음을 이토록 헤집어 놓는것일까요?
키보드위에서 춤을 추는 그의 손길 하나 하나에, 마우스를 미친듯이 흔들어 대며 정신없이 게임에 몰입하는 그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의문에 빠져봅니다.
스타크래프트라는 한 게임의 수많은 선수중에 단 한명일지언데..
마치 당년의 이막수가 육전원에게 빠져들듯이 저또한 자꾸만 그에게 빠져들게 되었나 봅니다.
마침내 저는 G.G를 쳤습니다.
스물 다섯 늦은 나이에, 그의 경기에 마음을 빼앗겨버린 저를 인정하기로 한것입니다.
그런 그가 오늘 아주 중요한 일을 맞이한다고 합니다.
승자와 패자,우승과 준우승이라는 환희와 슬픔의 갈림길에 들어설 그를 생각하면..
또, 한 걸음만 잘못 내딛어도 깊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에 빠져들 그를 생각하니..
아예 한쪽 방향을 틀어막고는 그 앞에서 진입금지라는 푯말을 들고서 딱하니 버티고싶어집니다.
그가 그 길로는 들어오지 못하도록 그렇게...
아니, 아주 속좁은 마음이지만 다른 한 명의 선수가 엉뚱한 방향으로 갈수 있도록 갈림길에 놓여져 있는 이정표를 바꾸어 놓고 싶습니다.
오늘 오후 여의도의 한강시민공원내에 마련된 경기장 안에서,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그와 함께 저또한 경기내내 그의 모습속에서 그와 함께 일희일비(一喜一悲)를 나누고 있는 낯선 제 모습을 발견하겠지요.
그리고...
저는 소망합니다.
오늘밤 잠자리에 들기전 나지막히 이런 말을 불러볼수 있기를..
"이윤열 선수 우승 축합니다."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 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ㅣ야 알냐마는
다정(多情)도 병(病)인 양하여 잠 못 드러 하노라.
이조년(李兆年) "다정가(多情歌)"
[댓글1]
이틀전부터 내리던 비가 지금까지도 내리고 있습니다.
이러다, 지인들과 농담처럼 나누던 "수중전"의 현실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됩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이윤열 선수가 샤워기 앞에서 물을 틀어놓은체 연습을 할수 있도록
충고를 할것을 그랬나 봅니다.
[댓글2]
또 하나의 욕심이라면, 시간이 흐른뒤에도 오늘의 경기가 명경기로 꼽히는데 한치의망설임돟 남지 않는 그런 경기가 될수 있는 모습이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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