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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07/15 00:14:05
Name 코리
Subject 이제 그가 편하게 게임만을 할 수 있게 된 듯 합니다.
그냥 한 선수를 좋아하고 그로 인해 자신의 순간의 삶을 좀더 열심히 살게 된
한 팬이 적는 글로 봐 주셨으면 합니다.

어제 결승전을 보기 전에 마음을 다 잡았더랬습니다.

그가 경기석에 앉아 있지 않은 결승전을 볼 용기를 갖기 위해서 였습니다.

혹시나...

결승전을 편히 보고 있을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될까봐 두려웠더랬습니다.
이렇게 한경기 한경기 그가 없는 경기들에 익숙해져 가게 된다면..
그에게 너무 미안하고, 쉽게 변하는 스스로가 너무 싫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채널을 돌리고 화면에 나오는 관중석을 확인하면서 다시 한번 마음을 다 잡아야
했더랬습니다.

그가 없는 결승전..
최소한 그가 있었던 결승전 보다는 관중이 적기를 바랬다면...
너무 이기적인 마음이라 하시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욕을 듣더라도...
이기적이고 싶었다면....

다른 선수들이 자꾸 눈에 들어오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어
애써 이기적인 마음을 앞에 내세우면서
스스로 그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자 했다면...

너무 큰 죄가 될까요...


이런 마음으로
1부부터 시상식까지 한순간 한순간을 지켜 보았더랬습니다.

시간은 흘러.. 흘러..

경기가 끝나고..
승자와 패자가 가려졌습니다.

승자의 뜨거운 감동의 눈물을 보았고
패자의 안타까운 피눈물에 대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승자에게 축하를 해 주고,
패자에게는 격려를 하는 그를 보았습니다...

조금은 어색해 보였지만....

앞으로.. 앞으로...
저렇게라도 무대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다면...

.. 이라고 생각했다면 너무 욕심이 작다고 말씀하시겠는지요.


이번 결승전은..

정말 인정하기 싫지만,


그가 없어도 재미있었습니다.
그가 있을 때 보다 많은 관중이 왔다고 합니다.


너무나 가슴이 아프지만,
그에게 너무나 미안하지만,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래....  
정말 다행이다....

정말, 정말 다행이다......


그가 없이도 잘 되어서..

정말 다행이다...


이제는..
그에게도 이렇게 얘기해 주고 싶습니다..

그동안 게임계에서 져야 했던 짐을 이제 다른 선수들과 나누어
질 수 있게 된 것을 축하한다고...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의 게임만을 위해 집중하고 노력할 수 있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이렇게...  
말해 주고.....  
싶습니다...


남은 기간 동안... 그가..

자신의 스타일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든지
그가 몇 경기를 나가던 몇 개의 리그에 참가를 하든

함께하는 다른 선수들에게 도전하는 마음으로..
앞으로 펼치는 한 경기, 한 경기 그 스스로 정말 만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 올릴 수 있기를...

마음껏 자신의 기량을 펼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진심으로..

그를 결승전에서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 영광의 순간을 마음껏 누리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것을 꼭 기억해 주었으면 합니다.

그가 마지막 어떤 모습으로 떠나가든
절대 그를 잊지 못할 것입니다.

어느 경기에서든 그의 모습을 찾지 않을까,

그의 웃는 모습과 날까로운 눈빛으로 경기에 집중하던 모습을..
발견하게 될 듯 합니다.

그의 아성에 도전할 또다른 선수의 경기를 지켜 보며,
그를 잊을까 두려워 하면서 말이죠.. :)


ps. 서지훈 선수,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홍진호 선수, 다음 리그를 좋은 경기를 보여주겠다는 약속을 지켜 주어 고맙습니다.

     그리고 다른 선수들, 멋지게 그를 이기고 또다른 스타의 대열에 오르는 모습을
     기대하겠습니다.

ps1. 지금도 그는 제가 이렇게 철없이 감정에 졌어 글을 올리고 있는 이순간에도
      스스로의 경기를 찾기 위해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을 듯 하군요.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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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7/15 00:17
수정 아이콘
제가 가장 좋아했던 가림토의 마지막 모습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떠나보낼 준비를 해야한다고나 할까요?
그의 팬들에게도 이제는 그런 시간이 온 듯하네요.
03/07/15 00:21
수정 아이콘
음...열렬하다 못해 절절하군요 누구는 좋으시겠습니다 부러우이..
안전제일
03/07/15 00:39
수정 아이콘
많은 선수들이 있었고...또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선수들이 사라져갈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그 선수들을 기억하고...또 돌아올 자리를 기다려주고싶습니다.
이글의 주인공을 포함한 많은 선수들에게 감사와 애정을 전합니다.
ssulTPZ_Go
03/07/15 00:54
수정 아이콘
저랑 같은 생각이시군요..제가 스타에 미치게 만들어준 장본인...하지만 이제 그가 없어도 스타를 즐길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때마다 죄인같은 기분에 항상 미안해 했지만...이제는 오히려 이런 것들이 오히려 그 선수를 더 힘들게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담시즌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해서 또 다시 저를 놀라게 해줄지는 모르겠지만 ... 혹은 그가 만약 16강에서 탈락하고 아쉽게 돌아선다고 하더라도 영원히 제 가슴속에는 그 이름 석자만으로도 영원한 감동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담시즌 멋진 모습 기대합니다.
에리츠
03/07/15 01:13
수정 아이콘
....가슴에 와닿네요.....그 혼자서만 지었던 짐을...
이제는 나눠질수 있다는것...
그가 했던 인터뷰가 생각나는군요...
자신이 훨씬 늦게 태어나서도 프로게이머가 되었더라면...
나의 선배들이 닦아 놓은 편안한 길을 갈수 있었을꺼라고....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그 길을 닦아 놓아야 한다면서...부담이 크다고...
제가 기억하고 있는 이 말이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그가 이제는 짐을 덜수 있을거 같아....다행입니다.
아이엠포유
03/07/15 01:19
수정 아이콘
단 한경기라도 그의 경기를 볼수 있다면.... 그다운 플레이를 볼수 있다면 결과에 상관없이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플토매냐
03/07/15 10:11
수정 아이콘
가림토 김동수님이 없는 결승전은 정말 재미가 없죠. 정말 대단하시네요. 감사합니다. 이런글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좋은 글 많이 부탁드려요.
어딘데
03/07/15 11:13
수정 아이콘
플토매냐님 죄송하지만 이글은 김동수 선수에 관한 글이 아닌거 같은데요(제가 플토매냐님의 글을 잘못 이해한건가요?^^)
QnA게시판에서도 올렸는데 장본인이란 단어는 안 좋은 일의 중심인물을 지칭할때 쓰는 말입니다
좋은 일의 중심인물일 경우엔 안전제일님의 글처럼 주인공이란 단어를 사용해주는게 맞는 표현이죠
몽키.D.루피
03/07/15 11:24
수정 아이콘
이글...좀 묘하네요..^^ 전 보면서 임요환 선수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글쓴이가 누굴 지칭했는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우승경력이 있는) 선수를 대입해서 감상에 젖게 만드는 건가요? 가림토를 대입해도 임요환을 대입해도 논란의 소지는 적게 하면서 좋은 느낌으로 글을 읽을 수있게 하는... 신기한 글입니다..^^;;
As Jonathan
03/07/15 12:36
수정 아이콘
김동수인듯^^
안개사용자
03/07/15 12:45
수정 아이콘
혹시.....
그는.....
임동수?
(퍽........*.*;)
안개사용자
03/07/15 12:52
수정 아이콘
그가 누군지 단정은 지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결승전", "연습", "마지막 영광" 이란 글을 보면 대충 누군지 알 듯)

확실한 건 이제 코리님이 편하게 게임을 볼 수 있게 된 거.... 군요
부럽습니다.....ㅜㅜ
03/07/15 12:55
수정 아이콘
이 글을 쓴 목적 자체는 아니었지만, 특정 선수의 이름을 꺼내지 않고 글을 전개했던 것은 몽키.D.루피 님처럼 읽어 주시길 바랬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팬카페에 쓰지 않고 PRG 을 선택했던 이유이기도 하지요. :)

아, 물론 제가 이 글을 통해 응원하고자 했던 선수는 있습니다.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는 것이 좋을 듯 하군요... 더 많은 분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를 대입해서 감동을 느끼는 것을 방해하고 싶지 않네요.. :)
03/07/15 12:55
수정 아이콘
누구 얘긴지 좀 써놔야 되는거 아닌가...이걸 김동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리 많다니-_- 임요환씨가 3등해서 승자를 축하해주고 패자를 격려해줬고 필자는 그렇게라도 무대에 올라가 있는 임요환씨를 본게 다행이다, 아니면 다시 결승전에서 봤으면 좋겠다는 얘기 아닙니까?-_- 누구 말대로 피지알은 김동수, 플토 얘기만 나오면 분위기가 달라지는군요...하긴 임요환이라고 대놓고 썼으면 또 무슨 소리를 들었을지...ㅎㅎ
03/07/15 12:59
수정 아이콘
제가 첫 댓글에서 가림토 얘기를 꺼내서 헷갈려 하신 분이 많은 것 같네요^^;;

저도 임테란을 얘기하는 것은 알았지만, 제가 가림토를 떠나 보낼 준비를 했듯이 임테란의 팬들도 이제 그런 시간이 온 것 같다는 얘기를 하려 했다는...^^;;
03/07/15 13:03
수정 아이콘
네, Normal 님 말씀처럼 어떤 선수를, 그의 경기를 좋아하는 마음은 다 비슷한 것이 아닐까요..

어떤 선수를 떠나 보내야 하는 팬이 있다면 그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해 줄 사람들은 이미 떠나 보내 본 적이 있는 가림토 김동수 선수의 팬들이 아닐까 싶네요.. :)
03/07/16 01:01
수정 아이콘
흡사 제 마음같아서, 공감하며 봤습니다. 저는 떠나보내느니, 떠나버리는 쪽이라 서서히 마음을 접고있습니다만. 제 청춘의 반세기를 보낸 곳이라 쉽지가 않네요. 어떤 것에 매료된다는건 참...슬픈일인거 같네요.
카나타
03/07/16 20:27
수정 아이콘
임요환 선수인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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