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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07/14 19:22:14
Name white
Subject 한여름의 꿈을 지나 가을의 전설로...
난 박서의 팬입니다

자의든 타의든 투니버스 때부터 보아왔던 스타중계의 끝을
그와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이니
어느 정도의 강도를 자랑하는 팬인지는 판단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말도안되...라는 내뱉음의 끝에
그의 우승이 확정된후 나는 어느 테란유저도 응원하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 어떤 선수의 경기에서도
박서의 자취를 찾아내는것이 습관이 되어버리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경기를 제대로 즐기는것이 힘들어 지게 된것이지요

하지만,
그가 최강이던 시절에 나는
게시판에 단 한줄의 글도 올리지 않았더랬습니다

오히려, 게시판을, 팬카페를 버렸다는 표현이 맞을것 같습니다....
그에 대한 토론이, 얘기들이, 별루 달갑지도, 즐겁지도 않았고
그런 얘기들에 열올려 씨름하고 싶지도 았았었으니

어쩌면 정말 그의 경기에만 몰두 했었던 시절이었던 것 같기도 하구요...

그런 습관은 요즘도 가져가고 있는것도 사실입니다
조금은 변해서, 댓글을 달기도 하긴 합니다만....

그런 나에게
박서가 오르지 못한 결승전이 가지는 느낌은

머랄까...참으로 난감하기 그지없는 그런..그런 것이었습니다...
보고싶기는 한데, 또, 관심갖고 싶지 않기도 하고...

혹자는... 매니아 운운하며, 스타중계를 사랑하는 어쩌구 하면서
응원하는 선수의 등락과는 상관없이
주구장창 스타중계에 대한 사랑을 논하시며
그렇지 못한 사람은 참으로 난감하다는 주장을 펼치시기도 하시고

사실, 매니아의 기준이 먼지는 잘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스타중계를 보고, 스타를 해왔던 사람을 지칭하신다면
조심스럽게 발가락 한개라도 걸쳐볼 건덕지가 있는 저로서는

위의 주장에도 동감합니다만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응원하는 선수가 오르지 못한 결승전에
너무나 멋지게 올라서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의 모습에 즐거울 수 많은 없더라는 게 속 좁은 사람의 변명아닌 변명입니다

그런 내가....
어제의 결승전을 보면서는
한없이 울고, 또 울어버렸습니다...

서지훈 선수의 눈부신 활약과, 눈물어린 인터뷰에
홍진호 선수의 고군분투의 끝에 딸려오던 준우승이라는 타이틀의 아쉬움에
그리고 박서의 3위 입상을 보며, 그를 보내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퍼펙트 테란...

도대체가 머가 퍼펙트 하다는 것인지...
그는 그저 처박혀 안나오는 테란의 한 유형을 따르는 선수에
물량이 좀 많이 나오기도 하고

게임아이 1위 랭킹 시절이 어쨌었던 간에

그만의 특징을 대변하는 무언가를 찾기에는 2% 부족한 그의 경기들을 보며
늘 불만스러웠던 그의 닉네임 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박서와의 준결승을 보며
떠오른 단어는 오로지 하나뿐 이더군요

퍼펙트....

그리고,
결승전에서의 그의 모습은
퍼펙트의 결정판 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눈이 부셨습니다....

우승이 결정된 후,
다시 그를 찬찬히 바라보았습니다

작고 마른 체구에
땀한방울 흘리지 않고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경기를 펼치는...

경기석 밖에서는 그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
눈물을 떨궈내며 어머님의 사랑에 감사의 인사를 드릴줄 아는 19살의 청년

경기석에서는 언제나 냉정한 모습을 잃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언제나 자신이 원하는 경기를 일궈내는 모습의
진정한 퍼펙트 테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차올랐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던 선수 덕분에, 그 차올랐던 눈물은 여지없이 흘러버리고 말았습니다

지난 리그의 결승전때 나는
천재 테란의 휘두르는 양칼날에
힘 한번 써보지 못하던 저그의 모습을 보며

상대선수가 막강하면 막강할 수록, 이긴선수도 더 빛나는 법이라는 사실을
새삼 다시한번 느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결승전에 거는 기대는 남달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상대 선수가, 폭풍 이었으니까요....

그를 처음 보았던것이 기억이 잘 나지를 않습니다...
한빛때였던것 같기는 한데...
역시, 코크때 결승전에서의 그의 모습이 너무나도 머릿속에 가득 박혀있어서일까요...

언젠가, 어느 분이 김동수 선수에 대해 쓴 글을 보며
제가 썼던 댓글에 이런 표현을 썼던적이 있었습니다...

내가 가슴으로 경기를 본다는 느낌을 알게해준 선수들....

그중의 한명, 폭풍....

2002 WCG 결승전에서의 그의 준우승을 바라보며
이재균 감독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 하죠

진호는 독하지 못해서 우승을 못하는 거다..라구요...

늘 박서의 우승을 기원하는 나에게, 그의 결승전 파트너로
폭풍 이외의 선수는 떠오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폭풍이 있는 경기는 상대선수가 승리를 했을때
그 승리의 빛을 배로 빛나게 만들어 주고
패배했을때는 상대가 폭풍이었 다는 것 만으로
위로 받기 때문이지요.....

설령 박서라 해도 승리를 내주었을때
아쉬움의 박수만큼이나 큰 소리로
축하의 박수를 쳐줄 수 있을것 같은 상대....

그가, 또한번,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의 고배를 마시고 말았습니다

정말, 우승할 줄 알았는데
다 이겼는줄 알았는데....

그가 치는 gg의 끝에 나는 벌써부터 가슴으로 울고 있었습니다

나는 감히 말합니다

퍼펙트의 상대가 폭풍이었기에
퍼펙트의 우승이 배는 더 빛이 날 수 있었다고 말입니다...

폭풍 에게 감사합니다

덕분에 너무나 풍성한 결승전을 관전할 수 있었으니까요
당신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당신이 올라왔기에 말이죠

다시한번 인사하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우리들의 여름밤의 꿈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결승전으로 주연이, 조연들이 가려진 듯 하지만
사실은, 스타리그에 참가했던 많은 선수들이 모두다 주연이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도 그동안, 모두다 너무나 수고하셨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우리는,
가을의 전설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16명의 선수들은 모두 가려져 있고
그네들은 그 꿈의 무대를 향해 모두 쉼없이 바쁘게 뛰어나갈 것입니다

그 끝자락에 전설이라는 이름의 서사시를  자신의 이름 석자로
멋지게 마무리하는 주인공은 누가 될까요...

나는,
나의 꿈의 드라마의 주연 16명 모두의 가능성을 점칩니다

그리고, 보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있기에
한번 더, 박서의 우승을 기원해 봅니다...

이 따사로운 햇살이 누그러들고
하늘이 쪽빛으로 빛나게 되는 가을 저녁에

많은 이들의 앞에 서서
젖은눈으로 먼곳을 응시하며 벅차오르는 감격속에
인터뷰를 하게 될 꿈의 무대.....

벌써부터 기다려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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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수
03/07/14 19:35
수정 아이콘
역시 가을의 전설은 프로토스의 우승! 이 아닐런지요? ^ ^
남자의로망은
03/07/14 19:40
수정 아이콘
강민의 우승을 예상합니다 ^^
Movingshot
03/07/14 20:07
수정 아이콘
모든 프로게이머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누가 우승해도 좋습니다.
다만 굳이 따지자면, 임요환, 홍진호, 박정석, 강도경, 강민, 서지훈, 이윤열...
너무 많네요...-_-;;;
다만, 패한 이후 밤늦게 잠 못 이루는 그런 후회를 패자가 남기지 않았으면 싶네요.
박경태
03/07/14 20:18
수정 아이콘
멋진 경기면 다 ok! 아닌가요?
Lolita Lempicka
03/07/14 20:32
수정 아이콘
멋진글이네요~ ^-^
이래저래 공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퍼펙트의 상대가 폭풍이었기에 더 빛날 수 있었다는 말 또한 그 중 하나구요~
우승 그 자체만으로도 빛나는 것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차기 온게임넷 스타리그에 임요환 선수의 3번째 우승을 바라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어제부로 더욱 애정이 생겨버린 홍진호 선수의 온게임넷 첫 우승을 바라기도 합니다.
이 두 선수가 결승에 오른다면 정말 더없이 기쁠 것 같네요.
단지 누굴 더 응원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음..강민 선수는 이번 MBC리그에서 우승하고 다음 온게임넷 4강에 든다면 좋겠구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세 선수에 대한 바램이었습니다~ ^-^;
'N9'Eagle
03/07/14 21:14
수정 아이콘
저는 정말 이번만은 임요환 선수가 전승으로 우승하기를 바랍니다. 너무 무리겠죠? ^_^; 임요환 선수의 플레이도 플레이지만, 이제 곧 그를 볼수 없게 된다는게 너무나 아쉽군요. 한빛배 박용욱 선수에게 딱 한 게임을 내주면서 이루지 못했던 전승 우승의 신화. 2002 스카이에서 결승에서 패하면서 역시 이루지 못했던 일. 왠지 이번에는 이루어 줬으면 합니다. 임요환 선수가 군대에 가서 생각해도 후회없는 대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최임진
03/07/14 23:19
수정 아이콘
가을의 전설을 마무리할 사람은 이름이 '석자'가 아니라 '두자'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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