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3/07/14 00:30:58 |
Name |
세이시로 |
Subject |
노란수건의 그녀 |
처음으로 잠실에 갔다. 이번 온게임넷 스타리그 결승전은 지방에 살던 내게 쳣 경험이다. 약간 애매한 시간에 도착해서인가? 팬사인회와 사진촬영이 열리고 있었지만 지켜보는 데에 만족해야 했다.
어떻게였을까? 심정적으로 '누구'를 응원하고 있었지만 꼭 응원줄에 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온 나였는데 카페 응원줄로 회원들을 데려가려는 소녀를 보고 나도 모르게 따라가게 되었다. 그녀는 노란수건을 팔에 매고 있었다.
줄에 서있는데 그녀가 바쁘게 돌아다니는 것이 보였다. 계속 사람들을 데려오고, 노란수건을 맨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고 있었다.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뭔가가 있었다. 알수 없는 기쁨이랄까?
입장해서 자리에 앉았다. 최고의 무대 앞에 앉아 있는 기분이란 정말 뭐라 말할수가 없었다. 내앞에서 최고의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를 펼칠 거라는 생각에 뛰는 가슴을 억누를수가 없었다. 물론 '누구'가 이번엔 꼭 종족의 한계를, 분위기의 한계를, 개인의 한계를 모두 뛰어넘어 우승하길 은근히 바랬다.
경기가 시작되었다. 정말 대단하다는 느낌이 절로 왔다. 한경기, 한경기가 계속될수록 환호와 박수는 커져만 갔고 나는 이 승부가 결승전 사상 최고의 명승부가 될거란 것을 짐작할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그녀를 비롯한 노란수건을 맨 사람들은 열심히 뛰어다녔다. 이번 응원문구는 이거에요 열심히 외쳐주세요 를 연발하며 부지런히도 돌아다녔다.
...
경기가 끝났다. 가슴은 뛰었지만, 머릿속은 멍했다. 나는 한참이나 멍하니 그자리에 앉아있었다. 우승자의 눈물에 잠시 가슴이 젖기도 했지만, 전혀 웃질 못하고 눈물을 애써 참는 듯한 '누구'의 모습은 정말 안타까웠다. 나오면서 무심코 뒤를 돌아볼때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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