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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07/10 15:22:58
Name 대들보
Subject [잡담] 운전면허에 관한 추억... ^^
제가 처음 면허시험을 본 것은 93년도였습니다.

그 때 대학새내기이던 저는 스무살의 통과의례인 것처럼 여기고

가볍게...밝은 기분으로 학원에 등록, 운전을 배우기 시작했는데요.

그런데 참 어이없게... 운전을 못하니 배우러 간건데

엉뚱하게 운전이 서툴다는 이유로... 강사들에게 생전 들어보지

못한 욕설을 매일 들어야했고... 무척 당황했었죠.

개인적으로 욕설 너무 싫어하거든요(절대 상대안함).

이십일 과정이었는데... 한 일주일 다니니 나중엔 학원에

가는 것이 겁날 지경에 이르렀죠.

하루는 너무 욕을 하길래 결국 폭발(?), 첨이자 마지막으로

대들었죠.

"자꾸 욕하시면...(덜덜 떨면서) 학원에 말할 겁니다..." ^^

웃기죠? 지금 같으면 이따위로 할려면 환불하라든가 아니 그전에

욕한 강사는 다시는 욕할 생각을 못할 정도로 저한테 호되게

당했을 겁니다. 하지만 당시 세상물정 너무 모르던 스무살의 저는

왜 그리 순하고 어리버리했는지... 지금이야 강사는 어디까지나

강사일 뿐이지만 당시 저는 강사대하길 고등학교 선생님 대하듯

했으니... 이말도 정말 어렵게 했지요.

헌데 재미있는건 강사의 태도였습니다. 맨날 맘놓고 욕해도

잘못했다고 쩔쩔매기만 하던 스무살짜리 어리버리가 갑자기

그것도 떨면서 한말에 그 강사는 무척 긴장하더니...

갑자기 자신의 신세한탄(?)을 하는 겁니다. 여기서 짤리면 갈데가

없다는 둥... 뭐 대충 그런 이야기였는데 제 입장에서는 여기서

그런 얘기 신경쓰지말고 더 밀어붙였다면 아마 다음날부터

참 편해졌겠죠. 그러나 어리버리하던 저는 그런 말 몇마디에

"네..."하고 고갤 끄덕였고 그날은 욕을 먹지 않았습니다만

다음날로 원위치(? ^^)되더군요.

제가 욕을 먹는 이유는 클러치에서 발을 못 뗀다, 브레이크가 늦다

등등... 초보자라면 안할수 없는 사소한 실수 때문이었습니다만,

그걸 가지고 강사들은 저를 쥐잡듯 했습니다. 그런데 욕을 먹다가

옆에서 하는 아주머니들을 보면 학원건물벽을 들이받거나 중앙선을

넘어가고 커브돌때 아예 길 벗어나는 아주 사소한 실수(?)를

해도 강사들은 연신 칭찬 연발이었고 미소를 띄었습니다.

한 열흘 넘어가니 강사들은 실력향상이 안된다고 절 구박하더군요.

근데 향상이 안되면 옆에 붙어앉아서 더욱 열심히 가르쳐야 할텐데

오십분 수업중 한 오분 가르치고는(근데 배우는게 운전인지 욕인지...)

나머지 사십오분은 뒤늦게 온 아주머니들한테 달려가더군요.

그 당시의 면허시험은 변경되기 전이어서 지금처럼 감점이란게 없는...

선밟거나 코스 하나라도 시간초과하면 바로 탈락하는 약간 무시무시한...

그러니까 학원에서 제대로 배웠어도 합격이 힘들텐데 그렇게 얼렁뚱땅

배우고 갔으니... 그것도 1종을... 꿈에서도 합격될리 없었죠.

그 때 실기시험장에서 흔한 풍경이 시험볼 때마다 원서 뒷면에 증지를

붙이는데 하도 많이 떨어지다 보니 더 이상 붙일 공간이 없어서 앞에다가

붙이고 오래 갖고 있으니 너덜너덜해지고... 저 같은 경우는 등록금

내기도 빠듯한 형편에 더 이상 운전연습에 돈을 들일 수가 없어서

연습도 못하고 한달 간격으로 보러가다보니 나중엔 운전석에 앉으면

뭘 어떡해야할지 모를 지경이더군요.

지금이야 학원에서 면허따는 확률이 70%이상이라지만 그때는 확률로

말한다면 1종의 경우 합격자가 10%가 채 되지 않았죠.

마치 생활처럼 떨어지고 바로 접수해서 한달 뒤에 또 떨어지고 또 접수...

그러기를 다섯달 하다보니 나중엔 같이 시험보는 사람끼리 얼굴 익혀서

만나면 무척 반가워하고 뒤에서 기다리다 응원(?)하고...

정말 어쩌다 한 사람 붙으면 마치 월드컵16강에 한국이 든 것처럼

기뻐하면서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아 이젠 나도... 또 떨어지고... ^^

그러다가 저는 군대를 가게됐고 그 분들과 안타깝게도 이별(?)을

해야했죠.

제대한 후인 98년... 면허시험이 변경되서 점수제가 됐고 또다시

칠십만원이란 거금을 들여 학원에 등록하고 1종을 따려했으나

1종따려면 석달을 더 기다리라는 학원측의 말에 헉!

고민, 또 고민하다 한시라도 따고 싶은 마음에 2종으로 변경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많이 후회가 되는 대목입니다.

5년만의 재도전인만큼 비장한 각오로 학원을 나갔고 강사들도

예전과 다르게 무척 친절한데다 오십분내내 붙어있더군요.

사실 그게 당연한건데...^^ 바뀌고 나서 시험이 어려워졌다는

소문과는 다르게 왜이리 쉬운지... 장난삼아 한바퀴 돌아도

점수가 90점 밑으로는 안나오더군요.

드디어 주행 시험보는 날... 초긴장한 저는 제 앞번호 응시자가

모는 차 뒷좌석에 앉았죠. 차엔 세 사람... 응시자(아가씨였음)

,조수석 강사, 뒷자리 저... 근데 이 아가씨... 얼마나

긴장했는지... 계속 3단을 넣고 출발하지 뭡니까. 이런...ㅠ.ㅠ

한번 실수하면 "그럴수도 있지" 하고 넘어가겠지만 멈추고

출발할 때마다 3단출발... 당연히 시동은 계속 꺼지고

전 안타까운 마음에 "3단이거든요. 기어바꾸세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제가 떨어질까봐(소심맨 ㅡ.ㅡ;;)

그냥 지켜보는데 그 뒤로도 열번 넘게 시동은 꺼졌고...

아가씨 탈락... 앞 사람이 그렇게 떨어지니 더 긴장되더군요.

드디어 제 차례... 출발하는데 옆자리 강사의 한마디..."벨트~!"

아뿔싸... 이럴 때 노팬티보다 더 위험한 노벨트라니...

출발한지 삼초만에 감점... 거기다 클러치 유격이 왜 이리 큰지

반 이상떼도 출발안하는 차... 땀 뻘뻘... 그래서 주행 중 첨으로

시동도 한번 꺼지고... 뭘 했는지 모르게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내리면서 강사의 한마디... "음... 아슬아슬하겠군요."

그 말 들으니 더욱 긴장... 죄지은 사람처럼 머리 파묻고 대기석에서

앉아있는데 합격자를 호명하기 시작... 으 몇년만의 도전인데

실력의 반도 발휘못하고 이렇게 허무하게 떨어지면 난 정말 빠XX리...

자학하며 앉아있는데 들리는 익숙한 이름......

얼마전에 ~콩깍지란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남친도움으로 힘겹게

면허딴 뒤 노래방에서 기쁨에 겨워 면허증을 이마에 자랑스레

붙이고 즐기는 장면이 있었죠. 그 장면을 공감하면서 무척

재밌게 보았는데 전 이마에 붙이진 않았지만 화장실 갈 때마다

꺼내서 보고 또 보고... 몇 달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얼마전 신문을 보니 면허시험이 또 바뀐다는군요. 1종,2종이 아닌

소형,중형,대형으로... 그 기사를 보니 과거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서 긴 잡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이야 지방왔다갔다 하는 것도 우습지만 초보시절엔

왜이리 클러치에서 발떼기가 힘들었는지... 첨으로 차를 산 후

당연히 붙여야 할 초보딱지를 말도 안되는 희한한 자존심을

내세우면서 안붙이고 다니며 가슴 졸였던 기억... ^^

저는 이런 추억을 가끔씩 되새기면서 미소 짓습니다만...

피지알 여러분들은 어떤 추억이 있으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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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제일
03/07/10 15:39
수정 아이콘
딴지 정확하게 3년째 장농면허입니다..쿨럭-
홍진호 선수가 스포츠카 샀다는 말이 왜그리 부러운지..ㅠ.ㅠ
scvDancE
03/07/10 15:41
수정 아이콘
노팬티보다 더 위험한 노벨트라니...=ㅁ=;;
원츄~
03/07/10 16:01
수정 아이콘
몇 달전에 저도 운전학원에서 배우다가 강사가 하도 욕을 하면서 성질 긁길래 대판 싸우고-_-; 학원 사무실 가서 강사 바꿔달라고 한 기억이 나네요;
옆에 앉아서 졸면서 욕만 해대는데 어찌나 열받던지 - -)
대들보
03/07/10 16:08
수정 아이콘
헉... 라푸타님 지금도 십년전처럼 욕하는 강사가 있나요?
그래도 강사 바꿔달라고 정당한 요구를 하셨으니...
잘하셨군요 ^^
낭만드랍쉽
03/07/10 16:16
수정 아이콘
차 뽑은 첫날.. 기쁜마음에 어리버리 차끌고 나가서는.. 주차하다가 브레이크를 밟는다는게 엑셀레이터를..-_-;; 그때 앞에차 법퍼깨고 무서워서 도망갔었는데.. 그 차 주인께..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립니다..__)//
felmarion
03/07/10 16:38
수정 아이콘
무사고 4년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사실 면허따고 차를 몬적이 다섯손가락을 꼽을 정도이니 무사고가 아닌것이 오히려 이상한것이겠지요?
몬스0807
03/07/10 17:49
수정 아이콘
기능볼때는 강사님이 참 좋아서 괜찮았는데 기능시험 합격후 바로 주행시험 안보고-_- 1년인가? 그 기한다되기 며칠전에 주행을 하려니 정말 떨리더군요. 1종스틱으로 봤는데 도로한복판에서 시동 계속 꺼지는데 강사분은 빨리 시동걸라고 다그치고 그러니깐; 더욱 안걸리고~ 정말 ; 무서웠습니다. 그 강사분은 자꾸 저보고 못한다 못한다고 구박하고 하는데; 그러니깐 더 못하게 되더군요~ 주행 시험보기바로 전날까지 그강사분이 저에게 당연히 떨어질꺼라고 재등록하라고했지만 -_-전 운이 좋아서 붙었습니다.
대들보
03/07/10 19:01
수정 아이콘
felmarion님, 이제 얼마 안남은 6년(?)만 보내시면 무사고 10년의
금자탑을... 쿨럭 ㅡ.ㅡ;;
드랍쉽님 정말 무서우셨겠군요. 저도 비슷한 기억이...
아파트 평지(?)에 사이드 안 채우고 주차하고 들어갔는데 경비아저씨가
부르는... 왠일인가 하고 나가보니 헉...! 제 차가 슬슬 굴러서 그 비싼
그랜저를 들이받았더군요.
얼른 차빼서 줄행랑쳤던... 다행히 굴러서 받은거라 상처같은거 없었지만
그래도 도망갈 때의 기분이란... 그랜저 아저씨껜 죄송...ㅠ.ㅠ;
알려주신 경비아저씨..... 너무 고마워요~ ^^
nostalgia
03/07/10 22:42
수정 아이콘
군대에서 운전 배웠습니다. 조금이라도 실수 하는 날엔 갖은 욕설과 날아오는 뒤통수 압박. 죽기보다 운전 배우기 싫었습니다. 차몰다 고참과 자살해버리겠다는 충동을 이겨내고 이렇게 살아있습니다. 한번은 우리가 쓰던 짚(6.25때쓰던 이름이..)에 액쎄레이터가 들어가서 않나오는 경우가 있었는데.. 나중에 막사가서 내가 무척 맞았다는..낡은 차가 문제인걸 왜 내가 맞아야 했는지. 나중에 공군가서 헬기 조종하던 친구 만났는데...실수하면 옆에 않은 고참으로 부터 바로 주먹 날아 온다고 하더군요. 쌍코피 흘리면서 매일 날았다는 친구.. 지금은 멀 하구 있을까?................
03/07/11 12:16
수정 아이콘
ㅎㅎ 전 올해 20살인데.. 전 학원에서 안배우구 면허시험장에서 땃어요..ㅡㅡ;; 전.. 에피소드가 있다면 도로주행에서 아무일도 없이 다 끝내고 내릴때 시동을꺼야하는데 한번 더 돌렸다가 감점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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