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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07/10 09:58:54
Name 해원
Subject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광활한 대지뿐 아니라
한 떨기 꽃잎도....


눈부신 태양뿐 아니라
부끄러운 별빛도


영웅의 피끓는 연설 뿐 아니라
소년의 사랑해요... 한 마디도... ^^


오늘도 젖은 길가를 나서는데
문득 예전에 고등학교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 생각이 났습니다

이제 막 감옥에서 나온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것저것 찾아보다 결국 그는 다시 도둑질에 손을 담그게 됩니다
그가 아침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버스에서
사냥감을 물색하던 중
어느 한 소녀의 뒤에 서게 되었습니다

아직 샴푸내음이 풍겨오는 그 학생의 머리를 바라보며
갑자기 아득하게 밀려오는 눈물이 흘러내렸답니다
단정하게 빗어내린
물기어린 단발머리
창 밖을 계속 바라보는 그녀를 바라보다
그는 마음을 돌리고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선생님이 이야기 해주신 것은 이것이 전부입니다
그 뒤에 사족으로 덧붙이신
" 머리 감고 댕겨라!!!!!!!!!!!! "
라는 것은 -_-; 굳이 적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신부님의 따뜻한 말씀이 아니라
스님의 품어감싸는 말씀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을 돌린 것은
어느 곳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한 소녀의 모습입니다
(저였을까요? -_-a )

이 이야기가 저에게 주는 여운을 도저히 글로는 표현을 못하겠군요
사실 -_- 별 이야기 아닙니다
도둑놈(?)이 여자 뒷모습바라보다 개과천선했다
라고 거칠게 표현해도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가끔 이 이야기를 떠올릴 때면...
작은 무언가가 그렇게 꽁꽁 닫혀있던 옹졸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무척이나 신비로와
늘 다시 한번 웃으면서 걸음을 옮기곤 합니다

(-_- 그 사람이 변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p.s. 요즘 사랑해요. 라는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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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vDancE
03/07/10 10:22
수정 아이콘
=ㅁ=;; 사람은 일상적인것에 감동? 같은걸 느끼는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고요...저만 그런가?? =ㅁ=;;
03/07/10 10:45
수정 아이콘
빙고~ 사랑해요.. 효과가 대단하군요 ^^
03/07/10 11:23
수정 아이콘
일상적이지만 감동을 주는것들이 생각해보면 의외로 많더군요....
우리는 그런작은것들을 모르는 사이에 계속 잊고 살아가는게 아닌지 -_-;;
03/07/10 11:44
수정 아이콘
혹시... 해원님께서 들으신건 아니신지... ^^
Hewddink
03/07/10 13:12
수정 아이콘
혹시 그 도둑이 샴푸 알레르기(?)가 있어서 눈물을 머금고 포기한 것은 아닐까요? ㅡㅡa
03/07/10 13:33
수정 아이콘
p.p님/ 좀 부담스럽긴 해도 들으니 기분 좋더군요.. ^^ㅎㅎㅎ from NaDa's Diary Hewddink님// -_-;; 이번에도 Gg ㅎㅎ
felmarion
03/07/10 14:38
수정 아이콘
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 굳게 닫혀진 사람의 마음이라고 합니다.
태산들 들어 옮길수 있는 사람도, 지구의 자전방향과 반대로 돌아 시간을 돌리는 슈퍼맨도 끝내는 악당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하고는 하였죠.

마음과 마음, 그 사이에 존재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설마 '과'는 아니겠지요]
03/07/10 14:41
수정 아이콘
p.p님// 역시 나이에서 우러나오는 예리함 +_+!
해원님//해원님의 나이를 알고 있다보니 '소년의 사랑해요'란 말이 왜이리 걸리는지..컬컬
03/07/10 14:45
수정 아이콘
ㅡ,.ㅡ 저는 그 '사랑해요~'의 주인공을 알것도 같지만 침묵하고 있겠습니다. 입을 열면 다칠 것 같군요 =ㅂ=;;
대들보
03/07/10 16:02
수정 아이콘
해원님한테 글 너무 잘 쓰시네요... 라고 하려다 취소 하렵니다.
왜 가수에게 노래잘한다고 하거나... 무용수에게 춤 잘추신다고 하면...
실례라면서요.
해원님한테도... 글 잘 쓰신다고 그러면 웬지 실례될 것 같은 느낌...
어쩌면 그렇게 쓰시는 글마다 추천게시판 감인지...
저도 전성기(? ^^) 시절엔 글 잘쓰는구나 소리도 많이 들었는데 여기
피지알을 알고부터는... 알아서 찌그러져 있답니다. ^^
해원님,공룡님 등 피지알의 몇분은 아예 첨부터 추천게시판에
글을 바로 올리셔도 될 것 같다는 느낌...
03/07/10 16:06
수정 아이콘
음.. 전 그 소년의 '사랑해요~'의 대상이 저인줄 알았습니다.(퍼퍽!) 죄송합니다.. ^^;; 이제는 너무 흔해져버린 '사랑한다'는 말이 이렇게 심금을 울리는 건, 그 말속에 담겨진 그 소년의 진심을 우리가 느낄 수 있기 때문이겠죠.. ^^
03/07/11 01:42
수정 아이콘
음~ 전 그래도 하렵니다
해원님 정말 글 잘쓰시네요^^
해원님 글에 리플 달고 싶었는데 오늘에야 가능하네요
저 해원님 팬(이라면 믿으실려나;;;)^^
03/07/11 02:16
수정 아이콘
^^;; 과찬이십니다... 정말 과찬이세요.. (몸둘 바를 모르는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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