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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3/07/03 17:29:52 |
Name |
felmarion |
Subject |
방송출연 거부에 대한 한가지 안타까움. |
안타깝습니다.
방송출연 거부..참으로 마음이 아픕니다.[아래부터는 방송출연 거부를 파업으로 표기하겠습니다]
파업이라는 것, 상당히 신중히 해야 하는 선택입니다.
협상의 끝에서 마지막으로 선택할수 있는 최후의 카드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분명히 현재 시점에서 프로게이머들의 의견에 동조를 하고 있습니다.
그네들이 처한 상황과 주변여건을 아주 정확히는 인지를 하지는 못하더라도 우리들에게 드러난 부분만으로도 그들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한가지 명심해야 할 점은, 충분한 협상의 끝에서 파업이 이루어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금은 상관이 없는 이야기이지만, 2000년 12월달에 일어났던 한국통신의 파업사태를 기억하십니까?
그 당시 함께 일어났던 금융권의 파업때문에 상대적으로 매스컴에서 비중이 적게 다루어져서 기억하시는 분들이 적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뜬금없이 한국통신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 많은 파업과 관련된 기사를 접하고 접하였지만 직접 몸으로 체험을 한 것은 그때의 그 파업이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그때의 파업기간, 사실 얼마 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그 당시 여론은 좋지가 않았습니다.
전국의 거의 모든 한국통신의 직원들이 버스를 대절해서 서울의 명동성당으로 집결을 하였습니다.
네, 그러면 그들의 떠난 자리에는 누가 남아있었겠습니까?
과장이상의 관리직 사원들과 계약직 근로자들만 남아서 서울로 떠난 사람들의 일까지 하였습니다.
그당시 제가 근무하던 부천전화국에서는 하루에 신규가설이 100~200건 그리고 고장수리가 100건정도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물론 이외에 ADSL의 설치라든가 하는 일도
하루에 250가구정도를 처리하여야 했습니다.
[이 정도의 양이면 정해진 퇴근시간에서 한 두시간은 더 일을 해야 마무리를 지을수 있는 업무량입니다]
몇십명의 직원이서 처리하던 그 일들을 열명도 안되는 직원들이 처리를 하게 된다면어떻게 될까요?
네, 맞습니다.
평소 처리량의 1/3도 처리를 못하고 남은 일은 그 다음날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에서, 또 다음날로 그렇게 말입니다.
전화국의 파업,그것은 전화를 이용하는 모든 시민들을 볼모로 하고 벌이는 파업이 될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전화를 새로 놓아야 하는 사람에게는 전화를 놓지 않는 것으로 고장이 나서 수리를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수리를 해주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시민의 편의를 볼모로 하는 파업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합니다.
생존이라는 대의명분을 가지더라도, 그 생존이 다른 시민들에게도 같은 생존의 의미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화를 새로 놓아야 할 사람에게는 그 전화가 놓아져야 하는 일이 중요하고, 전화가 고장이 나서 사용을 못하는 사람에게는 그 전화가 고쳐져서 아무런 장애없이 사용할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시민들 또한 상대적인 약자라는 사실,
그 사실을 잊은체 마냥 그들에게 고통을 감수해줄것을 요구한다면 처음 한 두번은 감수해주더라도 나중에는 결국 등을 돌리게 됩니다.
네, 스타크래프트를 사랑하는 우리들은 충분히 볼모가 되어줄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선수를 위해서,또 그 선수가 최상의 환경까지는 안되더라도 불안감에 떨면서 경기에 임하는 모습보다는 안정된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우리는 바라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볼모가 되어줄수는 없는것입니다.
일반 시청자들은 시청자일뿐이니까요.
그들이 아무리 스타크래프트를 사랑하고 선수들을 응원한다고 하여도 그 자신의 즐거움을 언제까지고 포기할수는 없을테니까요.
모든 시청자들이 pgr에 계신분들처럼 열정과 사랑으로 지켜보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번 한번의 파업으로 얻는 성과만으로 만족하시겠습니까?
아닐것입니다, 앞으로 게임리그가 존재하는 한 선수들과 구단이 얻어야 할 것들은 지금보다 더욱 많을것입니다.
그런데, 그때 사용하여야할 마지막 수단을 벌써 사용해 버리면 앞으로는 어떠한 방법으로 대응을 할수가 있을까요?
권리를 찾으려 할때마다 파업으로 얻을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요즘의 철도노조의 파업이 실패한 것.. 시민들의 편의를 볼모로 하는 방법을 너무 자주 사용하였기 때문이 아닐까요?
파업이 나쁜것이 아닙니다.
정당한 권리 그리고 생계를 위한 투쟁을 그 어느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스스로의 입장에서 필요하다면 우리들도 주저없이 파업을 행할수 있으니까요]
다만 협상의 묘, 그러한 것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짧은 생각으로, 정작 파업을 하였을때보다는 파업을 할듯 말듯 하면서 협상에 임하는 것이 더 큰 것을 얻을수 있지 않을까요?
어쩌면 제가 너무 앞서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서야 처음으로 권리를 찾고 있는 그들이기에, 보다 많은 것을 얻어내려 하는 그들에게 다음까지 생각을 하는 것은 기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뛸것을 요구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프로게이머, 그들이 더욱 많은 것을 얻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그들이 활짝 웃는 얼굴로 자신들이 선택한 게임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싶습니다.
최소한 먹고 살 걱정을 하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댓글]
이번에 우리도 서명운동을 하면 어떠할까요?
그렇다고 거창한 서명운동이 아니라, 단지 그들에게 힘이 되어줄수 있는 그런 의미의 서명말입니다.
게시판 하나를 열어서 그곳에 글을 남겨도 되고, 아니면 오프라인에서 한번 모이는 것도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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