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기대가 컸던 결승전인데, 이중헌 선수가 너무 맥없이 패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중헌 선수의 오늘까지 합쳐서 그동안의 세차례의 결승전을 보며 모두 똑같은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밑에 어느 분이 지적하셨듯이 이중헌 선수가 결승용 맞춤 빌드를 준비하지 않고 너무 똑같이 전략을 준비해왔던 점이 결정적인 패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반면, 김대호 선수는 이전의 박외식 선수가 그랬듯이 철저하게 이중헌 선수의 전략에 대비하고 준비해온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메가웹에 가서 경기전에 김대호 선수가 컴퓨터 상대로 연습하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두번 정도 하는 것을 보았는데 의외로 두번다 특별한 조합보다는 선영웅 데몬헌터 이후 처음부터 아쳐를 모은 후 only 아쳐로만 게임을 이끌어나가더군요. 물론 중반 이후에 로어를 올려 드라이어드를 조금 추가해주기는 했지만,, 병력의 대부분이 아쳐였습니다.
저는 그것을 보면서 김대호 선수가 그냥 아쳐 컨트롤 연습하는 건가 했는데 결승전을 보신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1차전부터 3차전 까지 김대호 선수는 모두 아쳐 주력에 드라이어드를 추가해주는 빌드로 나갔고 모두 승리를 했습니다.
오늘 해설을 듣지 못해서 해설자 분들이 어떻게 분석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경기가 끝난 후 가만히 생각해보니 초반부터 아쳐 주력으로 사용하는 것은 준결승에서 보여준 이중헌 선수의 샤먼-와이번 조합에 상극이 되는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황연택 선수는 이중헌 선수의 샤먼- 와이번 조합에 아쳐, 탈론, 히포그리프의 다양한 조합으로 맞섰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모두 패했구요.
그것을 두고 논란이 많았지요, 히포그리프가 아리나 히포라이더여야 했다, 탈론을 모두 크로우 폼으로 변신시켜 싸워야 했다,, 등등. 그렇지만 오늘 김대호 선수가 확실한 해법을 보여주었습니다.
병력을 복잡하게 조합할 필요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아쳐중심으로 압박해 들어가는 것이지요.
다른 종족 보다 테크를 빨리 올리기에 투영웅과 본진 타워, 버러우 외에는 병력이 없는 오크 상대로 초반의 다수 아쳐와 데몬헌터는 시종일관 처음부터 끝까지 위력적이었습니다.
이중헌 선수는 1,2,3 차전 모두 초반에 아쳐압박에 말려 제대로 사냥도 하지 못했고 버러우까지 깨지는등 손실이 막대했습니다.
덕분에 1차전에서는 샤먼, 와이번 모두를 뽑지도 못했고, 2차전은 더스크 우드이기에 제쳐두고라도 3차전에서도 정면 승부 결과 샤먼-와이번 조합이 only아쳐와 소수 드라이어드에게 상대가 안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황연택 선수와의 준결승 2차전에서는 이중헌 선수가 신들린 와이번 컨트롤을 보여주며 히포그리프를 잡아내었기 때문에 승리했지만, 김대호 선수는 일일이 히포컨트롤에 신경쓸 필요없이 아쳐만을 뽑았기에 이중헌 선수가 컨트롤을 해줄 여지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유닛 상성도 아쳐의 피어싱 공격은 와이번의 헤비아머와 샤먼의 언아머드에게 모두 150%의 데미지를 주는 극악 상성이죠. 더 안좋았던 것은 영웅의 공격타입이 변하는 바람에 이전에 아쳐에게 150%데미지를 주던 블레이드 마스터가 100%의 데미지 밖에 주지 못함으로 교전시 이전만큼 큰 활약을 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정말 예전에는 블레이드 마스터의 칼질이 무서워서 나엘 유저들이 아쳐를 함부로 못 뽑았는데 이젠 그다지 무섭지 않더군요.
이렇듯 김대호 선수는 이중헌 선수의 빌드에 대비해 철저하게 준비를 해왔는데 이중헌 선수는 이전과 너무 똑같은, 노출된 빌드를 준비해오는 안일함(!)을 보였습니다.
1차전의 프로스트 세이버에서의 타워사냥은 정말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것인데 이중헌 선수는 또 시도하더군요. 이전의 김승엽 선수가 타워사냥 하다가 망했던 것, 또 준결승 2차전에서 타워사냥이 사실상 실패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젠 안 먹힌다고 생각하고 다른 전략을 준비해와야 했을터인데 말이죠. 결과적으로 김대호 선수는 얼씨구나 하고 타워 사냥을 맘껏 방해했고, 초반에 자원에서 큰 손해를 보고 이도저도 아니게 된 이중헌 선수는 투영웅 가지고 방어만 하다가 GG치고 말았습니다.
2차전도 마찬가지입니다. 더스크 우드이기에 당연히 타워사냥후에 용병구입을 할 것이라는 점을 저조차도 예측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중헌 선수가 다른 빌드를 선보이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저의 기대를 깨고 선영웅 블래이드 마스터에 피욘이 타워를 건설하러 가더군요. 김대호 선수 이번에도 얼씨구나 하고 위습으로 건물을 지었다 취소하는 플레이로 근접 크립을 끌어 타워건설을 실패시켜 이중헌 선수는 또 시작부터 꼬이게 됩니다.(이때 김대호 선수의 플레이는 참 얼마나 연습했는지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이중헌 선수가 대각선 방향에 있다는 거을 어떻게 아는지 바로 달려가서 문웰을 짓는 것처럼 하더니 파괴시키더군요. 저는 처음에 뭐하는 건가했습니다-_-;;)
그 후에 과정도 똑같았습니다. 빼어난 컨트롤을 보이며 용병을 구입하는 것은 성공했지만 김대호 선수는 예측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정말 완벽한 경기 운영과 극악의 컨트롤로 교전중 데몬헌터를 살려내며 2경기 또한 가져가게 됩니다. 이중헌 선수는 경기 내내 데몬헌터 잡는데만 신경쓰느라 자신의 병력 다 죽고, 결국 데몬헌터는 한번도 못 잡고 이리 저리 얻어맞은 자신의 영웅만 몇번이나 죽는 우를 범하고 말았죠.
정말 안타깝고 답답한 경기였습니다. 초반 아쳐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 본진에 타워 두개 건설한 것은 좋았지만 그뒤의 플레이가 어찌 그리 이전의 더스크 우드 게임과 똑같았는지....
3차전 미스티 데이에서 이중헌 선수는 정말 이를 악물고 한 듯 했습니다.
정확한 타이밍에 3영웅을 갖추고 샤먼 두기와 와이번 한기로 40러쉬를 감행했죠.(사실 정확히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는 별다른 실수와 초반 타격이 없었기에 꽤 성공했고, 김대호 선수도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렇지만 역시나 샤먼-와이번 조합의 한계가 보인 경기였습니다. 김대호 선수 차분하게 아쳐모으고 드라이어드 추가시켜 여러차례 교전을 벌였는데 와이번은 너무나 쉽게 죽어나가고 오크의 병력은 번번히 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시합은 컨트롤이라든지 다른 실수의 문제가 아니라 준비해온 전략, 조합의 차이였습니다. 김대호 선수의 전략이 이중헌 선수의 전략을 완전히 예측하고 준비해온 것이라는 말이죠.
결국 마지막 김대호 선수의 찌르기에 이중헌 선수 알타깨지고, 영웅, 하나 둘씩 죽으며 GG를 치고 맙니다.
개인적으로 참 아쉬운 시합이었습니다. 이중헌 선수, 이전에도 그랬는데 왜 이번에도 노출된 전략을 그대로 들고 나왔는지.. 정말 극복할 수 없는 밸런스의 한계 때문이었을까요? 배럭유닛 활용이 어쩌구 몇마디 해보고 싶지만, 저보다 훨씬 더 많이 연습해보고 실험해보았을 이중헌 선수임을 알기에 그런 말은 나오지 않는군요.
어쨌든, 오리지널의 암울한 오크를 한몸에 지고 달려온 이중헌 선수에게 수고하셨다는 말을 하고 싶구요, 확장팩에서 더욱 멋진 활약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