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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6/24 21:59
첫경기도 너무너무 실망이었지만... 두번째경기마저 그런식으로 놓친다는건 말이 안됩니다... 이재훈 선수...앞으로도 응원은 하겠지만...더이상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아닙니다...
03/06/24 22:06
이재훈 선수는 가끔은 프로 바둑 기사인 서능욱 9단을 연상시킵니다..
반짝이는 재능에 비해 결정적인 상황에서의 섣부름, 방만함, 심리적 유약함...이런 것들이 많이 닮아있는 것 같습니다... 국내 바둑 리그에서 아마 최다 준우승 기록자죠...서능욱 9단... 누구나 인정하고 기대하지만 뭔가 자기 자신의 한계를 뚫지 못하는.. 어쨌거나 오늘 이재훈 선수의 플레이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이 그에 대한 기대를 철회하게 만드네요...솔직히 실망스러웠다고 밖에는..
03/06/24 22:31
이재훈 선수 오늘 코엑스서 6 시 반인가, 여자친구로 추측되는 분과 댕기는 모습 잠깐 봤는데..
안타깝네요. 이런 결과. 이기는 상황에서 지는건, 루즈함보다는 유약함 이란 느낌이 들더군요. 이기는 분위기라서 여유가 생겼다기보다는, 이기는 상황을 놓치기 싫어서 정면승부피하고 자꾸 멀티 하나더 하나더 하는... 혹시나~ 하는 기분에 확~ 하고 결정짓지 못 하는 모습이죠. 그러나 그야말로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선수로서, 결국 한 번 큰 일 낼거라 믿습니다. 화이팅 !!
03/06/24 22:35
아 이제훈선수..
그저께 팀리그에서 조용호선수상대로 이긴것때문에 예전의 방만함이 돌아온것일까요.. 근데 정말 오늘의 초중반 플레이는.. 이제훈선수가 방만함만을 없애면.. 누가 이길소냐..라는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이제훈 선수에게는 더 많은 채찍이 필요하지만 하여턴 화이팅입니다.
03/06/24 22:40
음 기요틴에서의 플레이는 원래 이재훈표 플레이입니다. 이재훈님 리플레이를 많이 보신 분을 알겠지만, 다크템플러에 의한 게릴라가 어느정도 성공하면 뽑은 후 꼭 넥서스를 두 개 소환하지요. 그 다음 수순이 테란의 벌쳐 특공대에 의한 게릴라인데 이걸 기가 막히게 방어하는 게 또 이재훈표 토스이고요. 보통 테란 같은 경우 소수 벌쳐게릴라가 먼저 나와야 하는데 이재훈님이 어찌어찌 막아 물량 모이고..테란은 진출하다 막히고 진출하다 막히고 하는 시나리오가 되야하는데 심성수 님의 모험적인 한방러쉬 타이밍이 너무나 훌륭했다고 밖에 할 수 없네요. 두 번째 비프로스트 경기는 좀 안타까웠죠.
03/06/24 22:50
김동수 선수가 한량토스라구 하지 않았나요? 티피지라는 프로그램을 할 당시였는데요...그때 50게이트 사건을 리플레이로 보면서 김동수 선수가 한량토스라구 하셨던거 같았는데....;;;;;
03/06/24 23:04
네로울프님께서 서능욱 9단을 언급하셔서 문득 떠오른 것이 어지간한 바둑팬이시라면 다 아실 일본의 후지사와 슈코 9단입니다(조훈현 사범의 실질적인 스승이기도 하시죠). 바둑계의 기인이자 거인이었죠. 그렇다고 그가 일본 바둑사에서 도샤쿠(바둑 13단), 슈사큐(선번필승),오청원(살아있는 기성), 사카다, 조치훈9단처럼 엄청난 타이틀 획득수를 자랑하는 상승장군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바둑에는 강하지만 승부에는 약한 낭만적인 낭인검객 이미지의 바둑천재였습니다. 그의 천재성은 누구나가 인정했지만 정작 그가 획득한 타이틀은 노년의 기성전 6연패를 합쳐도 스무번이 채 되지 않습니다. 조치훈 9단이나 사카다 9단의 타이틀 획득수에 비하면 한참 모자르는 횟수입니다, 그러나 후지사와 9단은 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바둑기사중에 한 명입니다. 그의 호방한 성격과 성격을 판박이한 둣 화려한 기풍, 그에 못지않은 기행으로 바둑기사=냉혈한 승부사라는 일반적인 이미지를 깨뜨리는 독특한 인간적 매력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조훈현 9단이 일본유학시절 후지사와 9단이 무척이나 아꼈고 나중에 조훈현이 보고 싶다고 아침에 주머니에 술병 꽃고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찾아온 것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 에구 잡설이 길었군요.
오늘 경기는 보지 못했습니다.(나중에 무료VOD로 풀려야 볼 수 있습니다 ㅠ.ㅠ) . 많은 분들이 이재훈 게이머의 경기에 실망을 하고 계시는군요. 최근 프로토스 유저들의 약진이 돋보이는 가운데 가장 기대를 많이 받는 게이머 가운데 한 명이었던 이재훈 게이머의 경기여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자마자 터져나오는 비판은 조금 어리둥절하군요(물론 개인적인 사견임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채찍과 당근으로 대표되는 비판과 격려, 어느 한쪽에 과도하게 치우치는 것은 물론 바람직한 것은 아닙니다. 동시에 이재훈이라는 게이머가 갖고 있는 매력적인 요소가 많았기에 다소 기대에 못미치는 경기결과에 조금 과장해서 배신감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너무 즉각적인 반응은 솔직함이라는 미덕은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경솔함이라는 단점을 아울러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경기는 물론 중요한 의미는 있지만 그에게는 수없이 해왔던 많은 경기중의 일부이고 앞으로 해야할 많은 경기중의 일부입니다. 오늘 경기가 그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프로게이머라면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경기가 있고, 그 경기를 이기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고 경기에 임하는, 아주 과장해서 악마에게 혼을 팔아서라도 이기고 싶다는. 아마 오늘 이재훈 게이머도 그런 마음을 "반드시 이기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듀얼 토너멘트에 임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재훈 게이머 역시 사람입니다. 단순히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하는 기계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최근 인간이 아니라 머쉰이라는 평을 받는 이윤열 게이머도 결국 기계는 아니기에, 컴퓨터는 아니기에 100%의 승률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만약 그렇다면 당장 스타의 인기는 폭락하겠지요^^:::) 사람들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실수를 저지릅니다. 성공이 있으면 실패가 있기 마련입니다. 오늘 이재훈 게이머는 게이머라는 자신의 삶의 과정 속에 패배라는 실패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실패의 기록 한 번으로 그의 삶을 단정짓고, 한계를 정한다는 것은 너무 지나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더구나 이재훈 게이머는 아직 이십대 초반(정확한 나이를 몰라서 죄송합니다)의 생생한 젊은이입니다. 많은 분들이 오늘 그의 경기에 실망감과 아쉬움, 섭섭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가 직접 겪는 아픔을 우리가 똑같이 느낄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글을 쓰신 끙끙님이나 eyedye4u(에궁 힘들당;;;;;), 네로울프님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팬으로써 질책을 할 수는 있는 것입니다. 다만 경기가 끝나자마자 떠오르는 그대로(자신만의 느낌으로) 생각을 말하고, 글을 올리는 것은 너무 서두르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입니다. 직접적인 체벌보다 때로는 본인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반성을 하는 시간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 이 세상 누구보다 오늘의 패배에 상처받고 괴로울 사람은 이재훈 선수, 그 자신입니다. 상처받고 괴로운 사람에게 당장 그 자리에서 "너 그거밖에 안되는 사람이야?"(물론 하나의 예일 뿐입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내가 이러 이러한 것을 잘못 생각하고 행동해서 이런 안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다음엔 이런 일이 안 일어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스스로 판단을 내릴 시간을 주는 것. 어느 쪽이 좋은 것일까요? 저 역시 함부로 어느것이 좋다고 판단을 할수는 없습니다. 다만 저는 제 개인적으로는 후자의 경우가 더욱 효과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에궁 잡설이 너무 길었군요. 제 취향이 승패보다는 얼마나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느냐에 더욱 중심을 두기에 짧은 소견을 쓴다는 것이 그만 ㅠ.ㅠ) 너무 길다 싶은 글을 굳이 답글에 단 것은 이미 오늘 경기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고갔고 대문에 따로 글을 올리기에는 중복이 많은 것 같아 여기에 올립니다. 결코 위 세분의 의견에 딴지나 태클을 거는 것은 아닙니다.(겁많고 소심한 사람이라서^^. 그리고 앞부분에 후지사와 9단을 거론한 이유는 당장의 승패의 결과보다는 한 바둑기사의 인간적 면모와 그가 보여준 바둑의 내용을 사랑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는 개인적인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장문의 압박을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
03/06/24 23:05
안타까울 뿐입니다.그러나 그정도의 승부욕도 없다면 혹은 결단력도 없다면 좋은 성적은 힘들것 같습니다. 패배에 이를 갈고 다음을 준비해야지 이길수 있었어! 따위의 생각은 필요없습니다.
03/06/24 23:43
음..이재훈 선수는 모니터를 째려보는 법을 익혀야합니다.(속된 말로 야린다고 하죠)
모니터를 째려봐야 독기가 나오죠. 최인규 선수나 임요환 선수같은 승부욕이 강한 선수가 잘 째려봅니다.
03/06/24 23:44
서능욱 9단.. 최다 준우승 기록자는 아니지만(최다 준우승 기록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조훈현 국수님입니다.;) 시대를 잘못타고났다고 해야 할까요. 항상 정상에서 2%가 모자라서 도전자 결정전과 각종 본선무대에서 수없이 좌절을 겪었던 기사입니다. 서봉수 9단의 방패에 가로막혀 정작 조훈현 9단 앞에 가기조차도 쉽지 않았었죠. 80년대 중반에 '도전 5강'이라고 일컬어졌던 기사들 가운데 가장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했던 분이 서능욱 사범님입니다. 타이틀을 한번도 획득하지 못한 무관의 세월을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반상의 손오공'이라고 불리웠을만큼 공격적인 기풍과 탁월한 힘싸움을 보여줬으면서도 항상 정상의 언저리에서 맴돌기만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에게 있어 조-서의 벽이 너무나 두터웠던 것이겠죠.
후지사와 슈코 9단.. 저는 이 분이 예의 그 호방한 성격과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리고 도박과 경륜으로 인생을 소비할만한 낭만(?) 역시 소중히 여기는 기사였지만, 결코 그를 '승부에 약한' 기사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진정 이겨야 하는 승부가 있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기필코 이겨내려는 상상을 초월하는 승부욕과 집중력을 가졌던 바둑계의 괴인이라고 봅니다. 후지사와 9단이 한창 마작과 경륜의 빚에 쫓겨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그 1년 동안의 자산의 탕진을 만회하는 돈줄은 바로 일본 최대 기전인 '기성전'이었습니다. 기성전 6연패. 기성전이 출범하고 1기 기성전을 제패한 그는 이후 공공연히 말했던 바 있습니다. '난 1년에 딱 4판만 이기겠다.' 기성전 7번기의 4선승만 거두면 일본 랭킹 1위의 자리를 지킴과 동시에 자신의 삶을 만족하게 꾸려나갈 수 있는 기반까지 얻게 되니, 자신은 자신에게 진짜 중요한 딱 4판만 반드시 이기겠다고 공언을 했던 것입니다. 해마다 기성전 도전기가 있기 세 달전(정확히 맞는지는 기억이;)인가 전부터 예전에 술병을 끼지 않고는 하루도 지내지 못하던 그가 술을 끊고 컨디션 조절에 들어갔고, 마작과 경륜에도 일체 손을 대지 않았다고 하죠. 그리고 그는 5년간 매년 '객관적 열세'라는 세인의 평을 뒤엎고 타이틀을 방어해냈었습니다. 60년대 초, 사카다 9단과 그나마 유일하게 대적할만한 기사였던 후지사와 9단은 라이벌의식도 대단했습니다. 기차를 타고 여행할 일이 있었는데, 그 기차에 사카다 9단이 타고 있다는 말을 듣고 그 기차를 타지 않을 정도였다고 하죠. 그리고 사카다 9단과의 대국에서 상대가 와이셔츠 단추를 3개인가.. 풀었더니 양말을 훌훌 벗어던졌다고 합니다; 신경전까지도 불사했을만큼 대단한 승부욕이라는 얘기죠. 이재훈 선수.. 바둑으로 치면 후지사와 9단만큼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승부에서 승리하고자 한다면,(물론 승부보다 그 게임 자체를 즐기고자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고 계시는 것이라면, 굳이 이런 무시무시한 승부욕까지 가질 필요는 없겠지요.) 후지사와 9단의 이런 승부에 대한 집중력과 이기는 것에 대한 갈증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전제는 그것이겠지요. '이기고자 한다면.' '정상에 오르고 싶다면.' 선택은 이재훈 선수, 자신에게 달려있습니다. 누구도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죠.
03/06/24 23:52
허걱, 역시 짧은 생각과 없는 글솜씨로 글을 쓰다 보니 실수를 한 듯 싶습니다.
brecht1005님/ 제가 후지사와 9단을 승부에 약하다고 표현한 것은 말씀하신대로 기성전 6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하기 이전, 그러니까 도전자로는 강하지만 방어전에는 약한(기전 첫우승자로서 후지사와 9단의 명성은 대단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후지사와 9단을 이야기한 것이고 동시에 그 모습을 지금의 이재훈 선수의 입장에 비유한 것이었습니다(역시 부적절한 비유였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하지만 그러한 후지사와 9단의 성격과 두주불사로 인한 기행을 재미있어 하면서도 그의 바둑을 사랑하고 일본바둑의 큰 어른으로 대접한 바둑팬들의 시각을 우리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답글이라는 제한과 이미 지나친 장문의 압박으로 마무리를 제대로 못했던 것입니다. 혹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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