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3/06/20 10:33:08 |
Name |
Hewddink |
Subject |
[펌] 장님 |
♧ 어느 따사로운 봄날
혼자사는데다 앞을 보지 못하는 한 장님이 있었습니다.
4월이 되어도 추위가 가시지 않던 뉴욕에서 마침내
어느 날 추위가 가시고 봄이 다가왔습니다.
대기는 꽃향기로 가득찼고 뒤뜰에선 밖으로 나오라는 듯이
새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장님은 외투를 걸쳤습니다. 거기다가 목도리와 모자, 장갑까지 준비하고
3단짜리 지팡이를 손에 들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고개를 들어 태양을 올려다보니
얼굴에 내리쬐는 햇볕이 한없이 따사로왔습니다.
장님의 얼굴엔 자연스레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조용히 길을 걷고 있는데 이웃 사람이 그를 불렀습니다.
가는 곳까지 차를 태워다 주겠다는 것이었죠.
"아니, 괜찮아요. 겨울내내 꼼짝도 안했더니 다리가
뻣뻣해진것 같아서 걷는 편이 낫겠어요. 고맙습니다."
모퉁이에 도착하자 장님은 습관처럼 멈춰섰습니다.
파란 신호등이 들어올 때 사람들과 같이 길을 건너기 위해서였습니다.
차소리가 멈춘지 꽤 됐는데도 주위에는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장님은 참을성있게 기다리며 어린 시절 학교에서 배운
'봄이여 어서오라'라는 노래를 흥얼거렸습니다.
갑자기 강하면서도 듣기좋은 남자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굉장히 쾌활하신 분이신 것 같군요.
제가 함께 길을 건너도 될까요?"
그 남자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정중한 물음에 기분이 좋아진 장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네"하고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대답했습니다.
그 남자는 장님의 팔을 가볍게 잡았고
둘은 함께 길을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그 둘은 천천히 길을 건너면서 날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날씨를 즐길 수 있어서 얼마나 좋으냐는 얘기도 했습니다.
같이 걷고 있으면서도 장님은 옆에서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내기가 힘들었습니다.
길을 거의 다 건넜을 때 자동차 경적이 사방에서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신호가 바뀐 모양이었습니다.
그 둘은 간신히 길을 건널 수 있었습니다.
장님은 그 남자 쪽으로 돌아서서 감사 인사를 할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말하기 전에 그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
"부인께선 제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실 겁니다. ☆ ☆
저 같은 장님을 도와 길을 건너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그 봄날의 따스한 기억은 장님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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