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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3/06/19 20:08:49 |
Name |
tajoegg |
Subject |
[펌] 당신은 진정한 축구팬인가? |
- 오도방정 일희일비 팬들의 비난을 죽여야 우리나라 축구가 산다.
축구관련글들중 국대에 관한글들을 보자하면 정말 이말들을 해주고 싶다.
경기를 꼬박 하루 앞두고 갑자기 튀어 나온 안정환 선수 차출건은
꼬레아노 안느의 골수팬(이른바 안빠)인 필자로서도
너무 착찹하고 씁쓸한 해프닝이 아닐 수 없다.
솔직히 피곤하고 자고 싶은 이 시간에
경기 결과에 따라
그야말로 불보듯이
냄비팬들의 선수 때려잡기 마녀사냥이 눈에 아른거려
이 글을 올려놓고 자야 맘이 편할 것 같아 자판앞에 앉았다.
지난 8일날 열린 대 우루과이 전에서
2:0으로 완패한 경기는 모두 보셨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후의 각종 축구관련 온라인 게시판들은
완벽한 패닉상태
욕과 비난과 힐난과 저주와 조롱과 야유와 짜증과 광란으로
도배되다 못해 게시판 다운의 상태에 치달았다.
최용수, 차두리, 조병국에 너무 열받은 당신들...
당신들 언제부터 그렇게 축구에 목숨 걸었었나?
언제부터 축구가 그렇게 당신들의 토로 대상이었나.
말그대로 '친선 평가전'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한가
올림픽 4강이라도 치뤘나?
아시안컵 8강이라도 치뤘나?
무슨 월드컵 본선이라도 치뤘나?
뭐가 그리 열받는가?
뭐가 그리 최용수, 차두리, 조병국을 씹어 죽이지 못해 안달인가?
나는 안다 당신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가슴 아프고 슬프다
오늘 있을 아르헨전의 승패에 관계없이
못한 선수에 열받아 마녀 사냥한 당신들 중에
과연 국가대표의 원천적 산실이라는
올해의 남은 K리그를 지켜봐 줄 사람은 몇이나 될까?
어째서 골수 축구팬들은
이제 그만 나와줘 최용수와
너는 절대 골을 넣을 수 없는 포워드야 차두리와
니 땜에 먹힌 골이 도대체 몇번째니 조병국에 대해
오히려 애정과 격려의 말을 하고 있을까?
한국축구의 에이스이자 얼굴인 안정환이 깜짝 출장한것이
왜 오히려 우울해 할까?
생각해 보라, 축구팬 - 단지 국가대표에만, 그것도 즉흥적인 - 들이여.
우린 그동안 얼마나 많은 선수들을 씹어왔었나?
얼마나 많은 선수들을 상처 입혔고 매장 시켰었나?
황선홍
02월드컵 폴란드전 한국 월드컵 사상 최초의 승리 견인골을 견져내기 전까지
얼마나 역적이었나
98월드컵때 본인의 의도하지 않은 부상에 의해 팀의 출장하지 못하는 에이스로
얼마나 욕먹었었나
(그래서 언제나 한중 친선전은 결사반대, 한일전은 몰라도)
박지성 김남일 안돼 도대체가 기본이 안되있는 얘들이야 히딩크 뭐하는 거야
얼마나 집중 포화를 맞었던가
오대영 감독 히딩크의 끝까지 굽히지 않는 주전 기용이 없었던들
PSV의 박지성, 엑셀시오르의 김남일이 지금쯤 있기나 할까
설기현 개발 설기현 제발 나오지 말아줘
S모 방송의 간판 해설자에게까지 힐난 받던
뻣뻣 목석 유연성 제로 단골 대명사이지 않았던가
심지어 안정환
체력이 형편 없어 몸싸움이 안돼 반쪽 선수야
그 얼마나 욕했던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씹었던가
지금은 한국축구의 간판이나 다름없는 그 안정환이
봐라.
이것이 진실이다.
검색이 가능한 각종 축구관련 게시판에서
02월드컵을 치르기 전
한참 깨지고 다닐때의 히딩크 사단에 관한 게시물들을 찾아봐라
그들이 얼마나 욕먹었는지
얼마나 개차반 취급을 받았었는지
그리고 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조급증이
2003년 뉴스타일 코엘류 사단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바로 지금 현재, Now
벌써부터 감독경질설을 들먹이는 어이 없는 조급증 증후군자들에게
(이봐요들, 도대체 코엘류 감독 체제로 몇경기나 했다고)
앞으로 경기에 지기라두 감독의도되로 되지 않거나 선수들의 부진으로 지게 된다면
또 얼마나 흔들어댈까
코엘류를 얼마나 묵사발 낼것이며
안정환 넌 역시 그게 한계야
조재진, 차두리, 이천수 죄다 스트라이커 꽝이야
조병국은 택도 없다고 했잖아
이영표, 송종국도 마이너 리그의 주전일 뿐
이따위 잡스러운 쓰레기 글들이
논평이랍시고 게시판들을 도배할까봐
걱정이 되서 미치겠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미래를 새로운 대안으로 준비할 때다.
사랑하는 스승 히딩크에 대한 추억은
이제 추억으로 간직하자.
이제 새로운 국가대표함의 캡틴이 되신 코엘류 선장님께
전권을 드리고 밀어줄 때다.
한 게임 한 게임에
목놓아 부르짖고 스트레스 엄청 받고 열받아 환장하지 말고
그저 축구를 축구 그 자체로서
"즐기자."
생각해 보라.
저 콧대 높던 월드 클래스 넘버 원, 넘버 투
브라질, 아르헨티나 이런 축구 강국들이
변방의 이름도 없던 FC코리아를
02년 월드컵 4강을 먹기 전에
언제 상대라도 해주긴 해줬었나
사비올라, 아이마르, 소린 이런 슈퍼스타들이
이천수, 유상철, 안정환과 어울려 함께 그라운드를 누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즐겁고 유쾌한 이벤트이지 않는가 말이다.
혹여 바로 이 경기가
월드컵 32강 전이라든지
하다못해 06월드컵 직전 팀 점검차 평가전만 되더라도
이런 한량식의 여유는 필자도 부릴 수 없다 말이다.
하지만
바로 그 독일 월드컵이 목표라면
우린 이제 겨우 출발 선상에 서있을 뿐이다.
게다가 우리에겐 월드컵 4강이라는 커다란 자신감의 선물을 받은
대다수의 현역 선수들이 많이 남아 있다.
그렇다면
훈련소에서 묵묵히 국민적 의무를 행하고 있던 안정환 선수를
억지 춘향식으로 끌고 나와
절대 정상 컨디션일 수 없는 선수를 출장시키려는 촌극보다는
이동국, 김은중, 우성용, 정조국, 이준영,
최태욱, 김대의, 이관우 등
넘쳐나는 대기 멤버들을 최대 가용하여 실험해 보는 것이
그냥 큰 의미없는 '평가전'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런지.
나는 보고 싶다.
축구 자체의 골수팬이던지
다만 국가대표 축구만의 팬이던지
그런 것 상관없이
못한 선수에게 적의를 품고 길길이 날뛰는 모습보다는
우리의 모든 선수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주고
축구를
다만 축구 그 자체로서 '즐길뿐'
이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는 팬들의 모습을.
2002~2003시즌 UEFA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팬들은
자신들의 영원한 성지인 홈구장 올드트래포트에서
숙적 레알마드리드에게 4:3 패배를 당했지만
(2차전은 이겼지만 1차전 종합결과 득실차 패)
맨유의 팬들은 그 누구도
베컴을, 긱스를, 반니를 그리고 퍼거슨 감독을 욕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들에게 해트트릭 수모를 안겨준 적장 호나우두를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로 축하해 주었다.
그 하나의 장면은
축구는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백마디의 말 보다도
가슴 깊이 각인 되었다.
지난 8일 우리의 자랑스런 붉은 악마들은
대 우루과이전 후반전까지
별다른 무브먼트와 유효슈팅을 보여주지 못하고
정말이지 처참한 표정으로 교체되어 나오던 최용수 선수에게
목청높여 우~ 하는 야유를 보내 주었다.
세상에!
세계 그 어느 클럽
세계 그 어느 국가대표 팬들 중에
자신의 팀 소속 선수에게 야유를 보내는 볼썽사나운 꼴은
결코 본적이 없는 가슴이 황폐해지는 광경이었다.
최용수 선수가 황선홍 선수처럼 부활할지
조병국 선수가 홍명보 선수처럼 대들보가 될지
그 누가 아는가?
기다려주자.
기다려줘도 안된다면
그 대체요원으로 갈아치우는 작업은
감독의 권한이지
팬들의 권리가 아니다.
제발 다음경기부터라두 침착하게 봐주길바란다.
완전 비정상 컨디션의 안정환이 기어이 나와 저조한 무브먼트를 보여주건
여전히 파워만 있지 세기가 부족한 차두리가 허둥대건
허리부상의 잔재가 전혀 나아지지 못한 설기현이 한박자 늦은 패스를 하건
좀 느긋하게 보아줄순 없는가?
2003년 대한민국의 코엘류호는 이제
비로소 만들어가기 시작하는 시점 아닌가
채찍보단 당근을
비난보단 칭찬하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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