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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06/17 11:11:48
Name 공룡
Subject [단편] 저글링 (상)
[단편] 저글링(상)

  전쟁은 전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전투를 벌이는 이들 중 10퍼센트 정도만이 이 전쟁의 의미를 알고 있었고, 나머지는 그저 소모품처럼 죽어나가곤 했다. 그중 저그라는 종족은 거의 0.1퍼센트도 되지 않는 두뇌집단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명령을 충실히 수행하는 집단이었다. 이런 맹목적인 따름과 집단성이 다른 테란이나 프로토스보다 못한 과학력에도 불구하고 두 연합세력을 맞아 대등한 전투를 벌이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으니, 저그의 생체병기에 대항할 수 있는 메카니즘을 연구한 테란과 프로토스의 대 반격이 그 계기였다. 저그의 영토는 점차 사라져갔고, 땅속으로 녹아드는 크립 속에서 홀로 대지에 남은 라바들은 말라비틀어져갔다.

  저그는 살아남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테란과 프로토스족을 사로잡아 그들에게서 정보를 빼내 연구를 하기도 했고, 자신들의 창조자인 젤-나가를 모방해, 유전자를 삽입시켜 새로운 종족을 만드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던 중 두뇌집단에서 가장 우수했던 셀레브레이트 ‘아토브래키’는 테란의 비밀실험에 대한 내용을 알게 되면서, 그것을 응용한 라바 상태에서 종족의 유전자를 삽입하여 성장시키는 방법을 제안한다. 결과는 놀라울 정도의 성공이었고, 실험은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프로토스족은 몸의 구조상 합성이 쉽지 않았으므로, 테란을 상대로 많은 실험이 있었고, 이중 가장 성공적인 첫 번째 존재가 탄생했으니, 짐 레이너의 연인 사라 케리건이었다.

  케리건은 그 뛰어난 능력으로 오버마인드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게 되었고, 전투에서 계속적인 승리를 하면서 셀레브레이트와 동급의 대우와 지휘권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케리건을 창조한 아토브래키를 제외한 모든 셀레브레이트로부터 시기를 받게 되었고, 때로는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아토브래키는 케리건이 이곳에 있을 경우 다른 셀레브레이트에 의해 죽음을 당할 것을 염려한 나머지 그를 새로운 작전에 투입시킬 것을 오버마인드에게 제안한다. 테란에 정치적 망명을 시켜서 첩보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었다. 오버마인드는 아토브래키의 의견을 받아들여 케리건을 테란으로 보낸다. 물론 테란은 케리건을 의심했고, 그런 테란의 의심을 떨치기 위해 케리건은 아토브래키를 제외한 자신을 위협에 빠트리곤 했던 셀레브레이트들이 지휘하는 저그들을 처단함으로써 신뢰를 쌓아갔다.

  그러나 그러한 점이 셀레브레이트들을 자극했고, 결국 셀레브레이트들 중 일부가 단결하여 아토브래키를 제거하고 케리건이 간첩임을 테란에 알리게 된다. 오버마인드는 셀레브레이트들의 단결을 반란으로 규정하고 아토브래키를 제거하는데 담합하지 않은 셀레브레이트들과 함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케리건도 부르게 된다. 하지만 케리건 역시 테란에게 쫓기는 몸이었기에 돌아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했다. 케리건은 테란과 프로토스, 그리고 배신한 저그들에게 모두 쫓기는 몸이었다. 케리건을 지원하기 위해 오버마인드가 보낸 부대는 초라했고, 그를 쫓는 병력들은 너무나 많았다. 심지어 케리건을 쫓던 종족들끼리 전투가 벌어지기도 했다. 하루하루 지나면서 케리건은 지쳐갔고, 돌아갈 곳은 너무나 멀어 보였다. 더구나 아스라한 기억 속에 살아 있는 레이너에 대한 감정은 자꾸만 그를 방황하게 만들곤 했다.

----------------

  “헉헉!”

  케리건은 처음으로 숨이 차는 경험을 느꼈다. 고스트 출신이었기에 웬만큼 힘든 일에는 얼굴색도 변하지 않는 강철 체력이었고, 저그의 라바를 통해 재탄생한 지금은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며칠동안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추격을 당하다보니 지칠 수밖에 없었다. 추적대는 아무리 없애도 계속 달려들었고, 지원군은 도착하기도 전에 다른 곳에서 공격을 받아 전멸하기 일쑤였다. 결국 자신 혼자서 해결해야 했다. 하지만 점차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자신을 따르는 부하는 손가락으로 셀 정도였고, 추적대는 너무나 많았다.

  “사이오닉 스톰!”

  케리건은 몰려오는 적을 향해 손을 내뻗었고, 프로토스족의 고위 템플러들만이 펼칠 수 있는 사이오닉 스톰이 그의 손에서 펼쳐졌다. 순식간에 전멸이 되는 테란의 병력들을 보며 케리건은 숨을 가다듬고 옆에 있던 저글링 한 마리에 손을 가져갔다.

  “키에엑!”

  저글링은 순식간에 쪼그라들더니 피 한 줌을 뿌리고 터져나갔다. 소모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컨슘의 기술을 쓰는 것이다. 다른 저글링들과 히드라들은 그 모습에 한 발짝씩 물러났다. 하지만 그 뿐, 케리건이 이들을 모두 죽이더라도 달아날 수는 없었다. 원래 감정이란 없는 저그족이었다. 상위 지휘자의 말에 무조건 따른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두려움은 있었다. 명령에 따르기는 하지만 케리건이 죽을 경우 언제든지 달아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것은 케리건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러하기에 어떻게든 자신은 항상 100퍼센트 상태유지가 이어져야 했다.

  “출발한다!”

  케리건은 저 멀리서 뿌옇게 먼지를 내며 달려오는 저그의 부대를 보며 명령을 내렸다. 달려오는 모습으로 봐서 아군은 아님이 분명했다. 지원군이라면 훨씬 정중하게 올 것이다. 케리건은 셀레브레이트와 동급이었고, 무사히 돌아갈 경우 오버마인드 뒤를 이어 모든 셀레브레이트의 위에 있을 몸이었다. 그런 그에게 예의 없이 달려오는 아군은 없을 것이다.

  “케리건님! 지금 저들이 여기까지 오려면 하루는 더 걸릴 것입니다. 잠시 쉬어가시지요.”

  당돌한 저글링이 한 마리 있었다. 케리건은 무심한 표정으로 그 저글링을 없애려 했다. 명령에 대한 어떠한 대꾸도 용납지 않았던 케리건이다. 하지만 절실하게 애원조로 바라보는 저글링의 모습에 케리건의 위로 올라간 손은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용기가 가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설마 동료들이 걱정 되서 그랬을까? 문득 자신을 위해주던 레이너가 생각났다.

  “좋다! 어차피 뮤탈 부대는 보이지 않는 것 같으니 시간이 있겠군. 여기에서 휴식을 취한다!”

  케리건은 말을 마치고 근처 높은 돌기둥 위에 올라가 앉았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저글링은 조용히 근처에 엎드렸다. 그리고 그 저글링에 고마워하며 히드라와 저글링들 역시 옹기종기 모여서 휴식을 취했다.

  “키이익, 대단하군. 케리건님에게 말을 걸고 살아남은 녀석은 너 뿐일 거야. 고맙다.”

  히드라 하나가 다가와 그 저글링에게 인사치레를 했다. 하지만 저글링의 반응은 시큰둥이었다.

  “케리건님을 위해서일 뿐이야. 우리는 너무 지쳤어. 지금 쉬지 못하면 케리건님을 보좌하지 못해!”

  히드라는 당장 그 저글링을 없애버리고 싶은 충동에 빠졌다. 계급으로나 힘으로나 한참은 위인 자신에게 당돌한 꼴이라니...... 하지만 괜히 싸움을 일으켰다가는 저 돌기둥 위의 케리건에게 죽게 될 것이다.

  “운이 좋아서 죽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라. 하지만 언젠가는 내 가시로 반드시 죽여주지 이 반쪽짜리야!”

  저글링은 그 말에도 무심히 엎드려 있을 뿐이었고, 다른 저글링들은 성난 히드라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랬다. 저글링들은 반쪽짜리였다. 스커지처럼, 한 라바에서 두 생명이 태어난다. 너무나 흔하고 많이 만들어진다. 저그의 주력임과 동시에 가장 천대받는 종이기도 했다. 디파일러의 컨슘에 희생당하는 것도 저글링이요, 적지로 정찰을 가거나 러커나 뮤탈리스크의 기습을 위해 총알받이를 하는 것도 저글링이었다. 그리고 오늘처럼 지휘자의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것 역시 저글링이었다. 저 히드라에게 죽기 전에 케리건에 의해 컨슘을 당할 수도, 혹은 정찰을 갔다가 시즈탱크에 깔려죽을지도 모르는 그런 운명인 것이다.

  “상관없어, 그런 건.”

  저글링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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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쁠수록 왠지 놀고 싶은 이 심리는 무엇일까요^^
어제 심심해서 또 끄적거렸습니다.
버릇 되겠군요^^

이 글의 무단 퍼감을 금합니다. 쾅!

ps :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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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iFadA
03/06/17 11:38
수정 아이콘
오오오옷~~!
또 다른 공룡님의 소설을 즐기게 되네요 ^^
더구나 이번엔 저의 주종족인 저그의 스토리이니 기대감 100% 입니다.
120%coool
03/06/17 12:22
수정 아이콘
단편이라..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 좋네요.
공룡님, 재미있는 하편도 기대하겠습니다.^^
토스리아
03/06/17 12:28
수정 아이콘
와아~~~~~^^
매일 피쥐알에 온 보람이 있었네요......좋은 글 고맙습니다.(__)
CounSelor
03/06/17 12:34
수정 아이콘
멋진글입니다 근데 사이오닉스톰을 영어로 썼으면 더욱 멋졌을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후편을 기대하겠습니다 ^^
03/06/17 13:18
수정 아이콘
기대됩니다. ^^
ataraxia
03/06/17 13:27
수정 아이콘
이번에도 아트누님의 등장~+_+
03/06/17 13:38
수정 아이콘
오오오 저글링~~ ㅎ.ㅎ;;;
멋져요~~ ㅎ.ㅎ
03/06/17 15:03
수정 아이콘
공룡 님의 글에서는 갓 구워낸 빵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 향기가 난느 것 같습니다. 내용적인 부분이라기 보다는 글을 쓰는 자세가 떠오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세련되게 다듬어 지지 않은 부분이 더욱 맛있게 다가오는 것 같아서 베어 먹고 싶군요(헉!).
03/06/17 15:47
수정 아이콘
공룡님의 스타크래프트 단편집은 혹시 발간 예정 없나요? ^^**
스타매니아아
03/06/17 16:13
수정 아이콘
멋있네요^^
03/06/17 16:22
수정 아이콘
너무 멋있네요~^^*
다음 편이 기대됩니다..^_______^
두번의 가을
03/06/17 16:41
수정 아이콘
pgr공식지정 소설가 자격줘야되는거 아닙니까?^^;
03/06/17 19:17
수정 아이콘
드디어 블래키님이 등장을 하셨군요^^ 공룡님, 이번에도 잔뜩 기대하고 있습니다. ^__^ 블래키님, 캐스팅 턱 내셔야겠네요.ㅎㅎ
03/06/17 21:00
수정 아이콘
아토블래키"에 저도 모르게 입가에 지어지는 미소는 무슨 이유에서일까요? ^^;;;;
항상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건필하세요! ^^
후니...
03/06/18 12:43
수정 아이콘
재미있는 글 감사합니다..^_^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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