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06/15 21:30:37
Name 스카티
Subject "나의 영화이야기 We Band of Brothers - 광기 속의 미학"




..어느 역사가는 말했다.
전쟁이란 가장 치열한 형태의 문화 교류라고…….
어떻게 인간들이 죽음 앞에서도 그렇게 일사 분란한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걸까.
그리고 그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난 그것을 인간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광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무리 나약한 자라 할지라도 그의 내면에 잠재된 광기를 일깨워 일으켜 주면
그는 물불 가리지 않는 상태가 된다. 마치 스팀 팩을 맞은 마린처럼…….
용맹해지는 탓도 있겠지만 대개는 심리적 패닉 상태에 빠지기 때문이다.

'Band of Brothers'를 감상하며 영화가 표현하는 사실적이고 스펙터클한 전투신에도 놀랐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그 속에 녹아있는 여러 경우의 수와 반전, 도박성,
그리고 도저히 일어설 수 없을것만같은 처절하고 암울한 상황 속에서 용솟음치는 인간미 등을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합군과 독일군 상호간의 교통, 보급, 전략적 요충지였던 벨기에의 요새 바스통…….
마치 영원히 내릴 것만 같은 눈발 속에서, 온몸을 얼려버릴듯한 혹독한 추위 속에서
참호에 틀어박혀 마냥 적과 대치하는 병사들의 모습.

그들에겐 이성도, 감정도 없다. 아마 이성적 사고 자체가 추위에 얼어붙었으리라.
강추위와 배고픔, 대치하는 적에 대한 공포…….
심신이 견딜 수 없을 정도의 극도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모두 미쳐 버리지 않을 수 있던 것은 바로 서로에 대한 신뢰와
희로애락을 함께한 동료에 대한 동병상련적인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볼 때 전쟁은 늘 소수에 의해 시작되어 다수가 참여하고
원했던 아니던간에 결국 나중엔 더 많은 다수가 고통의 나락에 빠지곤 했다.
그리고 전쟁이 장기화되고 난 후엔 시작한 소수는 이미 존재하지도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영화의 중심부 진행의 배경이 되는 '마켓-가든'작전.

프로토스가 테란의 메카닉 병력을 섬멸하기 위해 셔틀-질럿드랍을 하듯이
노르망디 해안 상륙 본대의 진로를 열어주기 위해 그 진격로를 따라 공수부대를 쏟아 부었던
이 작전은 연합 군 측 수만 명의 사상자를 내고 실패로 돌아간다.
그러나 연합군은 결국 전쟁에서 승리했다. 전쟁이란 원래 그런 것이 아니던가.
사소한 요인으로 인해 수천 명의 목숨이 사라지고 승패가 갈리는 것.
마치 전쟁의 신 Mars가 농간을 부리는 듯이…….

인간의 무모한 욕심과 극한 상황에 드러나는 잔혹함과 파괴성, 병사들의 피를 담보로 하는
각국 수장들의 알력다툼, 공로를 다투다 벌이는 어처구니없는 실수 등은
언제나처럼 승리의 트럼펫 속에 묻혀버린다.
실제로 전투에서는 졌지만 연합국은 전쟁에서는 이겼다.
마치 고대 로마가 한니발에 번번이 패하며 30년 동안이나 자신들의 영토를 유린하는 것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지만
결국 역사는 로마 편을 들어주었던 것 같이. 이것이 전쟁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전쟁은 정치가들이 벌이고 군인들이 싸우고 결국 정치가들에 의해 끝나기 마련이다.

" 전쟁은 피 흘리는 정치이고 정치는 피 흘리지 않는 전쟁이다. "
시오노 나나미의 문장이 시사해 주는 바 크다.





영화의 마지막 엔딩을 장식하는 리처드 원터스 소령의 대사…….

"우리는 살아남길 바랬죠. 그 뿐이에요... 그 전쟁이 없었으면 나는 이 세상을 진정으로 즐기면서 살아갈 수 없었을 것입니다"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극한 상황을 겪어 본 그이기에 깨달을 수 있던 것이리라.


그들이 누리지 못한 내일을 아무런 대가없이 맞이하는 우리.
이것이 내가 지금 영위하고 있는 삶 속의 1분, 1초가 정말 소중한 이유이다. 리처드 원터스가 그랬던것처럼 말이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스카티
03/06/15 21:49
수정 아이콘
글을 써놓고도 음악을 넣는다는 것이 비밀글로 해놓았었네요. 영화라기보다는 HBO 10부작 드라마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보셨겠지만 못보신 분들은 DVD타이틀을 꼭 구해서 보실걸 권해드리고 싶네요. 전 사실 군대와는 관련이 없는 환경이기에 남자들의 군복무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본적이 없지만 영화속에 녹아져있는 전우애와 서로간의 믿음을 보며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대한민국의 군인 아저씨들, 그리고 군에 가게 될 젊은 친구들, 정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드림팩토리
03/06/15 22:26
수정 아이콘
진짜 최고의 영화?시리즈물?이죠.... BOB ... 이 음악이 오프닝 음악이죠 아마... OST도 가지고있다는 -_-;; 정말 2편에서의 그 공중낙하장면은 영화사 명장면중에 손에 꼽힐 장면일듯... 배우들의 연기들도 모두 대단했구요. 원터스 중위같은 중위만 있다면야 부대원들이 리더를 신뢰할만하겠죠. DVD는 돈이없어 못보고 집에 DviX로 10편모두 하드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 8번정도 본것같네요. 총 런닝타임이 10시간이니 10X8=80시간... 앞으로 또 몇십시간을 이 영화와 함께할 수 있을지... 쇼생크탈출과 함께 최고의 저에게있어 영화입니다..
김효경
03/06/15 23:01
수정 아이콘
음 지금 자대배치받기 전에 훈련소에서 일요일에 교회에서 보여준 걸 본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음 군바리가 이런 글 써도 되나...^^
드림팩토리
03/06/16 00:00
수정 아이콘
전체 시리즈중에 6편이 제일 전 인상적이었는데... 군의관인 의무병 로를 중심으로 전개해나가는 스토리였는데, 전쟁이 주는 참혹함이 가장 잘 드러난 편이 6편이라는 생각... 이거 영화 보고싶은신분들 말씀하세요~ 제가 피디박스에 올려드릴께요
ClassicalRare
03/06/16 00:35
수정 아이콘
으음.. 보고 싶은데요.. 피디박스에 올리려면 상당히 수고스러우실텐데요... 이런이런.. 아..그리고 여기서 이런 걸(?)해도 되나 모르겠네요 ..;;;;
올려주시면 고맙게 받겠습니다..
물빛노을
03/06/16 00:51
수정 아이콘
흐음 피디박스가 뭐죠?-_-;;; 제가 워낙 컴맹에 가까워서리...뭔지, 그리고 어떻게 쓰는지 좀 가르쳐주세요. 그리고 저 역시 올려주시면 감사히...보고 '싶습니다'^^;;
스카티
03/06/16 01:25
수정 아이콘
Band of Brothers를 못보신 분이 많이 계신가봐요. 인터넷으로도 많이 돌아다니던데.^^ DVD-10매 세트가 65000원쯤 하는걸로 알고있구요. PDBOX에는 4편까지 올라와있을건데. 드림팩토리님이 올리실 필요없이 PDBOX에서 Band of Brothers검색을 하시면 영화들이 나올거에요.(확언은 못드리지만)
혹시 모르니 제 영화박스에 복사해놓도록 하죠. 제 PDBOX아이디는 'mysQ'입니다.
03/06/16 09:24
수정 아이콘
저도 6편을 젤 잼나게 봤는데 ^-^

안보신분들 꼭 보세요-_-!!!
03/06/16 15:02
수정 아이콘
너무 잼나요.. 이거.. 저도 6편에 한표.. ^__^ ; ;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0087 플토가 재미없어지는;;; [7] 김연우1614 03/06/16 1614
10085 그를 알고계십니까? [15] 스코2729 03/06/15 2729
10084 "나의 영화이야기 We Band of Brothers - 광기 속의 미학" [9] 스카티1172 03/06/15 1172
10083 내가 본 김동수 선수 두번째 이야기.. [4] Canna1826 03/06/15 1826
10081 [잡담]이제 우리에겐 '퍼펙트 랜덤'이 필요하다!!! [19] 박아제™2196 03/06/15 2196
10080 용병술... [7] 민정환1567 03/06/15 1567
10077 [퍼온글] [분석] 선마킹 춘추 전국 시대 [4] Sir.Lupin2341 03/06/15 2341
10076 [경기감상문] Practice Makes Perfect. [10] 항즐이2368 03/06/15 2368
10075 임요환 선수에 관한 에피소드 하나.. [7] 마이질럿2710 03/06/15 2710
10074 G.O팀 요새 경사네요. [10] 랜덤테란1809 03/06/15 1809
10073 [잡담]야...너!! [3] ataraxia1509 03/06/15 1509
10071 경기외적인 요소와 테란의 잠재력-_- [15] 라시드1856 03/06/15 1856
10070 서지훈 선수의 온게임넷스타리그 최근 12전 전적. [10] 필라노2338 03/06/15 2338
10069 가입인사글... [3] 영웅마린1190 03/06/15 1190
10068 itv 랭킹전 두번째 이야기 [2] 공룡2036 03/06/15 2036
10066 에우로파 [1] 아이1185 03/06/15 1185
10064 스타크래프트는 계륵(鷄肋)이다 [7] lapu2k1620 03/06/15 1620
10063 안타까운 성학승 선수 [26] 마린스2673 03/06/15 2673
10062 이런 저런..잡담... [2] yutou1192 03/06/15 1192
10061 이젠 베넷에서도 [4] 어딘데1495 03/06/15 1495
10060 스타크래프트의 수명 = 게임산업의 수명? [11] 다크고스트1754 03/06/15 1754
10059 프로게임단 탐방 - 한빛스타즈편 <경향게임스> [15] 아자2836 03/06/15 2836
10058 (잡담) 기분이 울적해서 시 한편 올립니다^^::: [2] 몽땅패하는랜1200 03/06/15 120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