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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2/21 01:56:32
Name Neo
Subject [일반] [진중권의 세상칼럼]연탄재 발로 차지 마라
선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분열하고 힘들어했었습니다. 저도 어제 하루 종일 멘붕된 상태로 지냈네요. 큰 시험이 남아있지만 선거 당일 저녁때부터 어제 하루 종일 펜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선거는 선거고 각자 마음 추스리고 자기에게 중요한 일에 집중을 해야할 것입니다.

진중권씨의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이 듭니다.

-----------------------------------------------
“이 나라에는 이라크 전쟁에 찬성하는 애국자와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애국자가 있다.”

언젠가 이준석씨에게 들은 얘기다. 그는 지금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에서 이 대목을 듣고 크게 감동했다고 한다.
그의 감동은 또한 나의 것이기도 하다.

미합중국의 국민은 이라크 전쟁에 찬성하든, 그 전쟁에 반대하든 ‘애국자’가 된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선거 때마다 ‘빨갱이’ 아니면 ‘매국노’가 되어야 한다.

인구 절반의 빨갱이에, 나머지 절반은 매국노라면, 도대체 이 나라는 누가 지킨단 말인가?
왜 우리는 서로 상대로부터 국민 될 자격을 박탈하려 드는 걸까?

나는 ‘국민 후보’인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
물론 문재인-안철수-심상정이 함께 하는 정부만이 이 나라를 미래로 이끌 수 있으며,
박근혜-이회창-이인제가 함께 하는 정권은 이 나라를 과거로 퇴행시킬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은 당연히 나와는 정반대로 생각할 것이다.

물론 나는 그들의 생각이 잘못됐다고 본다.
하지만 적어도 나라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 만큼은 그들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게다.
아니, 그들의 마음이 어쩌면 나의 것보다 더 뜨거울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도 이제부터 “이 나라에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애국자들과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애국자들이 존재한다.”고 말하자.

언제나 보수당만을 지지하는 어르신들의 생각은 내게 답답하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그 분들은 전쟁을 겪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직접 경험하지도 않은 광주의 상처를 내가 평생 안고 살아가듯이,
그 분들 역시 직접 경험한 전쟁의 외상을 평생 안고 살아오셨고, 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실 게다.
그 상처를 이해해야 한다.

박근혜 후보의 유세장에 모인 어르신들은 저마다 손에 태극기를 들고 계셨다.
젊은 세대는 그 분들이 우리의 미래를 흘러간 과거에 묶어 놓는다고 원망하고, 심지어 그들의 고리타분함을 비웃기도 한다.
하지만 높은 투표참여율로 드러나는 그 분들의 애국적 열정만은 존엄한 것이어서 우리의 존경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선거 날 박근혜 후보를 찍으려는 부모님을 효도관광 보내 드리겠다’는 말은 행여 농담으로라도 하지 말자.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든,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든, 나라의 장래를 결정하는 투표에는 모든 애국자들이 참여해야 한다.
설사 지지하는 후보가 나와 다르더라도, 집안의 나이 드신 애국자들과 함께 투표장에 나가자.

나를 부끄럽게 하는 분들이 또 있다.
인도에서, 멕시코에서, 유럽에서 차를 타고, 기차를 타고,
심지어 비행기를 타고 10시간, 20시간, 40시간을 걸려 투표장으로 나간 재외국민들.
그 먼 시간을 들여 투표장으로 향하던 그 분들의 가슴 속에 담겨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물론 나라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리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으나 ‘나라를 사랑하는 방식’이 다른 사람들이 ‘나라를 사랑하는 열정’의 온도로 서로 경쟁하는 마당.
우리의 선거도 이제 그런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한다.

나라를 사랑하는 방식은 서로 비판하더라도,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서로 의심하지 말자.
그리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승자에는 영광을, 패자에게는 명예를 주자.

92%에 달한다는 60대 이상의 투표 의향. 그걸 보고 푸념하는가?
안도현 시인의 말대로, 어차피 인생은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그 분들은 전쟁과 산업화의 과정에 제 한 몸 다 태워 기꺼이 연탄재가 되셨다. 재가 되어서도 아직 저렇게 뜨겁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냐.”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


출처 ; http://www.kwangju.co.kr/read.php3?aid=1355410800484509066


* Toby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2-12-2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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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kSide
12/12/21 01:58
수정 아이콘
진중권 교수님 .... 하하 .... 인생무상 .... 하아 .... 힘내세요 ...
12/12/21 01:59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진중권씨 키배만 잘하는게 아니고 이런글도 쓸줄 아시는군요 크크크.
블라디미르
12/12/21 02:00
수정 아이콘
진거사 약간 멘붕끼가 느껴지는거 같기도 하고 크크크
12/12/21 02:01
수정 아이콘
대선 결과 전에 쓴 글입니다.
12/12/21 02:00
수정 아이콘
진중권, 유시민 둘 다 많이 유해졌네요. 크크
단빵~♡
12/12/21 03:05
수정 아이콘
둘이서 팟캐스트 방송 같이하는걸 보니 그렇게 웃길수가 없더군요 크크 중간에 예전에 싸우던 얘기할떄가 대박이었죠
12/12/21 02:00
수정 아이콘
멋진 글이네요...
yangjyess
12/12/21 02:02
수정 아이콘
오오... 진중권씨가 좋은 모습 보여줄때가 있고 반대일때가 있는데 이건 좋은 쪽에서도 손에 꼽힐만한 글이네요... 박수쳐드리고 싶습니다.
알킬칼켈콜
12/12/21 02:02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었다고 무슨 세상 끝난 것처럼, 투표한 사람들을 나라 말아먹은 사람들처럼 취급하는 이들이 자꾸 눈에 띄는데 좀 그만했으면 싶네요. 뭐 반대상황이었더라면 똑같은 인간들이 박근혜 지지자들에게서 나왔겠지만...이래놓고 화합고 소통은 무슨. 박근혜 대통령의 이후 공과를 지켜보는 걸로 충분할테지요.
인간실격
12/12/21 02:03
수정 아이콘
진중권씨는 변희재 사태 이후로 사람이 좀 달라진 것 같습니다. 이게 진중권 글이라는 게 놀랍네요.
개미먹이
12/12/21 02:05
수정 아이콘
지지자들의 마음이야 다들 애국하는 마음이겠죠.
지지의 대상은 과연 어떤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봅니다.
엽기토끼
12/12/21 02:10
수정 아이콘
글 내용에 한번 놀라고

이글을 진중권씨가 썼다는 데에 또 한번 놀라고
12/12/21 03:04
수정 아이콘
좋아요
확고한신념
12/12/21 02:34
수정 아이콘
하.. 글 진짜 소위 쩌는군요...
모든걸 다 말씀하고 계서서 숙연해 지기까지..
라울리스타
12/12/21 03:04
수정 아이콘
멋진 글입니다. 말이 필요없네요.
단빵~♡
12/12/21 03:06
수정 아이콘
원래 진거사가 토론이나 인터넷에서 말을 거칠게 해서 그렇지 이렇게 각잡고 글쓰면 정말 잘쓰고 내용도 좋죠
12/12/21 03:50
수정 아이콘
삭제합니다.
12/12/21 03:51
수정 아이콘
이상하게 오바하시네요.
12/12/21 03:54
수정 아이콘
sungsik 님// 네. 미안합니다.
불쌍한오빠
12/12/21 04:04
수정 아이콘
이번 대선 보는 내내 진거사가 안타깝더군요
그 성격 죽여가면서 사람들 다독이고 독려하는게 너무 티가 나서요ㅠㅠ
이런분이 나꼼수 욕했다고 그리 욕을먹고ㅠㅠ
단빵~♡
12/12/21 04:08
수정 아이콘
민주당 유세차에 올라서 연설을 했다는 얘기를 듣고 진짜 깜짝놀랐었습니다. 진중권씨가 입진보의 대명사로 악질 꼼수빠들에게(저도 꼼수 좋아합니다만 일부 맹목적인 빠들은 좀 문제가 많더군요) 욕을 많이 먹었지만 진거사 정도면 행동하는 지식인이죠
아폴론
12/12/21 05:39
수정 아이콘
이렇게도 유려한 글빨에 비하면 토론능력은 정말
12/12/21 06:50
수정 아이콘
제 바람입니다. 당분간은 날카로운 분석, 냉철한 비평보다 이런 따뜻한 포용의 글이 넘쳐났으면....
지금뭐하고있니
12/12/21 08:09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진교수님 글 잘 쓰셨네요.
마음만은 풀 업
12/12/21 11:08
수정 아이콘
이 글을 읽으니 마음이 많이 진정이 되네요....
야크모
12/12/21 13:37
수정 아이콘
진보를 위해서도 보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

전 보수이기에 새누리당을 지지하지만
변희재씨보다 진중권씨를 더 좋아하고, 일베보다 피지알을 좋아합니다.
나꼼수가 찌라시면 진중권은 민족정론입니다.

깊이가 다르고 급이 다릅니다.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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