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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9 02:07
2000년대생 입장에서는 사실 기성세대가 갖고 있는 생각 중 은근히 많은 부분이 잘 이해가 되지 않긴 해요
하지만 당장 학교에서의 대우만 봐도, 저는 인권조례 시행 이후 입학했기에 선생님으로부터 가혹행위(체벌 등)를 당한 적이 없었어요. 잘못을 해도 뭐.. 반성문 쓴거? 벌점 받은거? 혼나고 반성했지만, 그건 선생님이 제 행위의 잘못을 설명해주고 그러지 말라고 훈계하는 식이면 식이었지, 강압적으로 빠따를 휘둘러서 윽박지르진 않았죠 제 윗세대(30대-40대) 분들 얘기 들어보면, 학교에서 맞는건 당연한거고, 어딜 맞냐, 뭘로 맞냐, 누구한테 맞냐….같은게 되게 중요했다고 하시더라구요. 똑같은 잘못이어도 예컨대 초임 여자 불어선생님한테 걸리면 회초리 몇대로 끝나지만, [미친개] 별명 붙은 선생님한테 걸리면 [사랑의 매]로 두들겨맞아서 일주일 내내 엉덩이에 피멍이 든다거나…. 솔직히 상상이 안 가요. 그 당시로 제가 타임슬립을 해서 돌아간다면, 왜 때리지? 왜 맞아야 하지? 같은 근본적인 당위성 문제부터 시작해서, 왜 아무도 말리지 않았나? 때리는 사람은 죄책감이 없었나? 과연 그게 교육적이었나? 등등…..수많은 질문과 의문점이 제 머릿속을 맴돌 것 같아요. 그 분이 고등학교에 들어간 1998년과 제가 고등학교에 들어간 2019년은 그토록 다르겠죠… 결국 이러한 세대 간 인식 격차가 왜 나는가 하면 [대한민국이 너무나도 다이나믹하게, 빠르게 바뀌어서 각자 경험한 것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다] 인 것 같습니다. 1980년대의 여성 인권과 2020년대의 여성 인권은 분명….천양지차겠죠. 어떤 시기에 청소년기와 성년기를 보내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가 세계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관점에서 볼 때, 그 당시를 사셨던 분들이 저와 다른 세계관과 가치관을 갖고 있는 게 이상하진 않습니다. 다르지 않으면 오히려 신기할 것 같아요. 서로 다른 경험을 했다는 걸 인정하면, 서로 다른 가치관이나 세계관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것도 납득이 갈 테고, 그러면 조금 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소통하는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합니다. 아 저는 딱히 이번 이슈에 극한되거나 한 건 아니고, 그냥 ‘왜 우리나라는 세대 갈등이 이렇게 강할까’ 생각해보다 몇 자 적어봤습니다
24/04/19 03:30
언급하신 내용들에도 대체로 공감합니다. 불가피한 것이기는 하지만, 한국 사회의 많은 문제점들은 압축성장과 관련이 있겠지요. (물론 그래서 구체적으로 외국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는 더 살펴봐야 할 문제겠지만요.)
24/04/19 08:18
한국사회의 압축성장이 어느 정도냐면...
60년대-최빈국 70년대-후진국 80~90년대-개발도상국 00~10년대-선진국 딱 50년만에 바닥에서 10위권까지 올라왔습니다. 70년대 태어난 지금 40-50대의 경우 어릴 때는 1인당 GDP가 천달러가 안됐었고(지금 기준으로는 아프리카에 빈국들 수준) 20대에는 5천 달러 수준 30대에는 1만 달러 40대에는 2만 달러 50대에는 3만 달러 그야말로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고속 성장을 해온 나라라 어디와도 비교하기 힘들긴 합니다. 그나마 비슷하게 고속성장을 마친 나라가 일본이나 대만 정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일본은 애초에 베이스가 달랐고, 대만의 경우 특정 기업에 의한 착시효과가 큰 편이라고 봐서;;
24/04/19 08:18
솔직히 말하면 지금, 2020년대에도 남녀 인권 차이 많이 난다고 봅니다
학창시절까지는 역차별 소리 나올만큼 여성인권이 많이 올라오긴 했는데... 딱 거기까지에요. 직장 생활로 가면 많은 직장서 처음 채용부터 남자를 더 선호하고 승진도 남자를 더 잘 시켜주거든요. 출산율로 큰일났다 하지만 대기업이나 공무원 아닌 이상 출산으로 엄청나게 눈치 보이고 그걸로 경력단절 많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고요. 설령 출산하고 무사히 복귀했어도 워킹맘이라는게 쉽지가 않죠. 결혼하고 출산하면 남녀 둘중 누군가는 애 어릴때 집중적으로 봐줘야 하는데 보통 출산한 여자들의 몫이 되거든요. 그러니 역시나 직장서 위로 가긴 어려워지고요. 또 요즘 직장서 회식 같은 건 많이 없어졌어도 위로 가면 여전히 술자리로 친분을 많이 쌓고 골프로 친분을 많이 쌓습니다. 이런 것도 남자들이 더 좋아하고 남자들끼리 만 하는 걸 더 편해하죠. 애를 낳았으면 그런 걸 자주 다니기 힘들기도 하고요. 이런 것들을 보면 요즘 여성들이 출산을 비선호하는게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보통 낳아 보면 남녀 둘 다 자기 애를 정말 좋아하지만.. 그전에는 애를 낳으면 어떻게 자기 생활이 바뀔지 저울질 할 수 밖에 없고 그 점에서 여성들 손해가 훨씬 크거든요.
24/04/19 08:40
저도 여성인권과 출산은 좀 다른 문제라고 봅니다.
제가 다녔던 회사를 예로 들면 회사에서 핵심 업무를 맡고 있던 A가 출산휴가로 빠질 예정이 되자 회사에선 B를 대타로 넣었습니다. 이후 출산휴가 복귀 후 A가 돌아왔지만 1년동안 회사일을 놓고 있던 A가 그 업무를 맡긴 무리였고 결과적으론 B가 하던 업무로 돌려졌습니다. 회사 입장에선 A에게 휴가 줬고 복귀까지 시켰으니 충분히 할 만큼 한거고, B를 위시한 같은 부서 동료들도 A의 빈 자리를 열심히 메꿔줬습니다. 그런데 A 입장에선 자기 커리어가 망가진거죠. B가 하던 업무도 물론 가치가 있었지만 과거 A가 하던만큼의 핵심 업무도 아닐 뿐더러, 한동안 직장일을 놓으면서 본인의 퍼포먼스도 과거에 비해 현격히 떨어진건 사실이니까요. 개인의 입장에선 출산이 꺼려지는건 지극히 당연하다고 봅니다. 과거에 출산율이 높았던건 여성인권이 낮아서가 아니라 출산의 효용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아서였죠.
24/04/19 12:31
반대일 걸요. 여성의 사회진출이 먼저였고 그것 때문에 여성인권이 신장된 겁니다. 미국에 국한해서 말하면,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남자들이 군대 간 빈 자리를 여성이 메운 게 결정적이었죠.
그리고, 아무리 여성인권이 낮아도 일단 사회에 진출하고 나면 출산으로 인한 경력 손실은 곧 직장에서의 대우 저하인 건 마찬가지니까요.
24/04/19 12:36
군수품 생산 등 전쟁기에 여성 고용의 급격한 증대와 여성 노동 운동 등의 증가는 식민 조선을 포함해서 거의 만국 공통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24/04/19 12:40
그렇군요. 세계대전은 말 그대로 세계대전이고, 조선도 일제 식민지로서 제2차 세계대전에 동원된 것을 잊었네요. 비록 식민지 통제 때문에 징병은 전쟁 최후에 가서야 했지만요.
24/04/19 13:14
서구권은 다른 분들이 말씀해주셨고, 우리나라도 여성 사회진출이 확 늘어난게 IMF 이후 외벌이로는 도저히 가정을 꾸려갈 수가 없어져서가 클 거라 전후관계가 좀 다르죠. 사회진출이 늘어나서 여권 신장의 목소리가 커졌다고 봐야...
24/04/19 14:19
이 부분에 대해 생각나는 게, 뭐든 제로섬이라고 여기지는 않습니다만, 여성의 사회진출을 긍정한다면 남성의 사회퇴출 역시 긍정하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예컨대 전자를 위해 제언하기에 앞서서 후자 또한 지지하고 환영한다는 입장표명을 확실히 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런데 실제로는 교과서에만 그렇게 써 있고, 투쟁하는 분들은 전자만 강조하기 때문에 반목이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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