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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2/03 23:57
게임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글쓴분의 의견에 일견 동감합니다.
사실... 저도 게임을 만들어서 밥 벌어먹는 사람이지만, 스트레스 해소와 휴식을 위한 하루 1시간 정도의 게임 외에는 거의 게임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지 않지요. 하지만, '단순한' 숫자놀이라는데에는 찬성할 수 없네요.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단순하지가 않거든요. 특히나 시뮬레이션 게임들은, 그 오묘한 숫자들의 조합을 통한 재미의 극대화가 게임의 목적이나 다를 바 없는데, 에디터를 사용해서 데이터를 조작한다는 것 자체가, 제작 의도를 완전히 붕괴시켜버린 것이거든요. 프로그래머 입장에서, 게임이란 '데이터베이스'의 일종입니다. 제 이야기가 아니라, 유명 개발자의 말을 인용한겁니다. (누군지 기억이...) 데이터베이스는, 다양한 형태의 수치들을 저장하고, 조작하고, 거기서 '유의미'한 내용을 뽑아내는 기술입니다. 게임은 거기에 '시간'과 '조작(컨트롤?)'이라는 요소를 추가시켜서 거기서 재미를 뽑아내고자 하는 것이고요. 하지만, 데이터베이스에서 원본 데이터가 조작되어버린다면, 더 이상 그 데이터는 '무의미'해지는 것이죠. 궂이 컴퓨터(또는 콘솔)게임기의 게임 뿐만 아니라 모든 '놀이'들은, 거기에서 어떤 의미나 생산적인 무언가를 얻을 수가 없는겁니다. 고스톱이나 포커를 친다거나, 당구, 골프, 볼링 등을 즐기거나, 제기차기, 윷놀이 등의 전통놀이나, 만화, 소설, 영화 등을 즐기거나... 약간의 운동효과나, 어느 정도의 돈을 벌거나, 약간의 지식을 얻거나 하는 '부가효과'는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결론적으로는 시간낭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삶에 '놀이'가 전혀 없다면, 그 삶이 너무 팍팍하지 않을까요? 사람이라는 존재는 항상 생산적으로만 살 수는 없는거죠. 결론적으로... '놀이'는 '놀이'로만 즐기는게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뭐든지 지나치면 독이 돼죠.
07/12/04 03:39
제가 자주하는 이야기인데, 얼굴이 이뻐봐야 해골바가지에 살붙은 건데 이쁘냐 안이쁘냐에 마음이 흔들리는것이 싫다... 라고 생각합니다. '기능상'의 문제도 아니라 외관상의 문제가 너무 크게 작용하죠. 다른사람들을 탓하는게 아니라, 나 자신이 흔들리는것이 싫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해도 그 겉가죽에 마음이 흔들립니다.
게임도 결국 마찬가지 아닐까요? 소설은 왜 읽으시나요... 한때 장르소설에 깊게 빠진적이 있었는데, 대부분 먼치킨이다보니 많이 읽다보면 저 스스로가 뭐라도 된것같죠.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구요. 만화든, 영화든 결국은 마찬가지이지 아닐까요? 게임을 세상을 살아가는데 아무런 필요도 없는 것으로 치부한다면, 그것도 인간의 몸을 너무 기계적으로 단순화한 생각이라 보입니다. 뭐든 즐기는 것이 있다는 것이 그리 흠일건 없다고 생각해요.
07/12/04 12:29
뭐 그렇게 따지면 이 세상도 결국엔 원자들의 조합일 뿐이네요;
게임에 투자한 시간 만큼 즐거움을 얻었다면 그걸로 투자한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다고 봅니다. 요새 보면 사람들이 너무 즐거움을 내팽겨치고 살아가는것 같습니다. 꼭 무언가 생산적인 일이 좋은 일은 아니지 않나요.
07/12/05 00:18
요새의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고계시네요. AhnGoon님의 의견에서 단순하다란 단어에 대한 반박은..글쓴분도 게임이 단순한 숫자놀이 어쩌구 했을때의 단순하다라는 표현은, 현실의 내 삶을 차지하는 여러 요소중 그다지 도움이 되지않거나 중요하지않은것이 아니냐는 뜻으로 쓰셨을듯 합니다.
저도 요새 딜레마가 너무 심합니다 ㅠ. 이성적으로는 이제 진짜 게임같은건 좀 끊어야 하는데..라고하면서 실상은 너무 하고싶어서 몸이 안절부절못하는. 뭐 잠깐 잠깐 즐기면서 취미생활로 지내는건 바람직해보이지만 성격상, 재밌으면 좀처럼 절제를 절대 못하는지라 ㅠ 특히 늘 하던게임이 아니라 새로운 게임에 맛들이면, 뭐 잠이고 학교수업이고 시험이고 그 어떤것도 안중에도 없습니다 -_-; 수업은 하루 한과목 단위가 아닌 일주일 단위로 싹다 통째로 째는건 기본이고, 잠자는 시간마저 아까워서 이틀에 한번씩만 잘 수 있는 수준이 되고, 밥한끼 사먹는 돈으로 피씨방 한시간이라도 더가려고 쫄쫄 굶으면서 하루에 한끼 먹고 버틸 정도로 푹 빠집니다.. 돌이켜보면 대략 7년전부터 지금까지, 게임에 너무 빠져있어서, 물론 충분히 그걸로 인해 즐겁기도하고, 게임을 통한 새로운 인간관계라던지 하는것도 있긴하지만 게임으로 인해 잃은것이 얻은것보다 너무나도 컸던 것 같네요. 개인차이가 있는것같아요. 적어도 저같은 사람에겐, 정말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 깃든 악의 근원인듯 합니다 ㅠ.
07/12/05 23:47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피는 이유와 술을 마시는 이유와 비슷하다고 생각되네요
처음엔 호기심으로 그리고 그 다음엔 중독증세가 나타나죠. 사실 마음이 어딘가 휑하게 비었을때 그자리를 채워줄수있는것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게임도 그중에 한자리를 차지할순 있을것같습니다
07/12/06 03:21
저도 게임개발자이다보니 이런 주제에 관심이 있습니다.
글 쓰신 분께, 먼저 '자기가 해야하는 일'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를 되묻고 싶습니다. 생산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생산 그 자체가 목표인가요? 그저 열심히 일을 해서 잠잘 곳, 입을 옷, 먹을 음식을 많이 구하는 것이 인생의 최종 목표일까요? 그렇다면 '살기 위해 살아간다'는 논리가 되고 이것은 순환 논증의 오류입니다. 저는 사람이 살아가는 궁극적인 목표는 삶에서 최대한의 기쁨과 즐거움을 얻고 또 다음에 태어날 사람에게도 최대한의 즐거움을 느낄 가능성을 마련해주고 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컴퓨터 게임에서 얻는 즐거움이 일하면서 얻는 즐거움보다 질이 낮은 것이라 생각하시는지요. 그렇다면 다른 종류의 게임들, 예를 들어 보드게임, 술래잡기, 축구, 농구, 야구 등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생각하시는지요. 그렇지 않다면 한 종류의 게임이 다른 종류의 게임보다 질이 낮다고 판단할 수 있는 뚜렷한 이유를 밝히신 이후에 토론의 진행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여기서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를 싱글모드 게임의 특징이자 해악으로 짚기 시작하는데 그렇다면 어떤 유명한 게임에 대한 거대한 팬 사이트가 등장해 거기서부터 또다른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시는지를 묻는 식으로 이야기가 이어지곤 합니다.
07/12/06 03:32
보통 이런 주제가 걸리면 너무 뻔하고 식상한 논리만 오고가게 마련이라
저는 제 입장만 밝히고 가겠습니다. 저는 인생을 신이 만든 거대한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보고 인간이 만든 모든 게임은 인간의 경험에 뿌리를 두기 때문에 인생을 반영하며, 따라서 '인생게임'의 예행연습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지닌다고 봅니다. 어떤 게임을 하면서 '아 이 상황엔 이렇게 하면 안되는구나'를 배운 사람은 현실의 삶을 살면서 비슷한 상황이 닥쳐왔을 때 좀더 현명하게 대응하죠. 컴퓨터 게임은 특히 저 학습과정을 단기간에 거치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고, 동시에 뇌에 지나친 부하를 줄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장점쪽을 좀 더 높게 평가하는 편입니다.
07/12/07 01:07
게임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 그땐 누구나 빠지죠..
아이템이던.. 재미던.. 승부욕이던.. 게임에 빠진다기 보다는 본인이 원하는 무엇인가에 빠진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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